기피시설 '모셔가기'?…지역 소멸 위기에 "어서 오세요"
교도소나 발전소 같은 곳은 지역마다 유치를 기피하는 이른바 '님비' 시설로 꼽혀왔습니다. 그런데 인구가 급격히 줄면서 일부 지역은 이런 기피 시설이라도 만들어달라며 팔을 걷어붙이고 있습니다.
윤두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운동장에 주민 1만여 명이 모였습니다. 전체 군민 2/3 정도 되는 숫자입니다.
[유치하자. 유치하자. 유치하자.]
주민들이 모인 건 양수발전소 유치를 촉구하기 위해서입니다.
물을 끌어다 전기를 만드는 양수 발전소를 지으면 수몰 지역이 생깁니다.
나무를 베어내고 고압송전탑을 세워야 합니다.
환경 파괴가 뒤따르기 때문에 대표적인 기피 시설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데 경북 영양군은 '어서오라'며 유치전에 뛰어들었습니다.
주민 다수도 동의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전국에서 울릉 빼고는 인구가 가장 적은 곳인데 무슨 수를 써도 인구가 줄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창수/경북 영양군 석보면 : 우리 영양군 10년 뒤에 대한민국 지도에 남아있을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뭐라도 해야 합니다.]
양수발전소 유치전에 뛰어든 곳은 전국 5곳.
인구 4만 명대 경남 합천을 빼면 1~2만 명이 사는 작은 지자체들입니다.
기피시설이든 뭐든 지역에 뭐라도 있어야 발전소 직원이든 손님이든 찾아온다는 계산을 하는 겁니다.
경북 청송은 모두가 기피하는 교도소 유치를 원하고 있습니다.
여자 교도소를 짓겠다고 법무부에 요청했습니다.
경기 화성이 후보지였는데 주민 반대에 부딪히자 틈을 노렸습니다.
[강수진/경북 청송교도소 인근 상인 : 점점 사람들이 어디 나가시고 자녀들 학교 때문에 나가시고… (교도관들이) 반찬 사러 오시고 족발 사러 오시고…]
내 고장이 없어질지 모른다는 절박함에 누군가에게는 혐오시설이 다른 누군가에겐 마지막 심폐소생술이 됐습니다.
[영상디자인 최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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