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갈피 못 잡고 ‘불신’ 키우는 설전만…여당, 길을 잃다

조미덥·조문희 기자 2023. 10. 13.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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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선 참패 후폭풍…내일 의총
김기현, 지도부 한 명씩 개별 면담
청년층 위원들 ‘실질적 변화’ 강조
홍준표 등 “김기현 물러나라” 압박
안철수·이준석은 연일 “자빠졌네”
난감한 김기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최고위원들과 비공개 개별 면담을 마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하고 이틀이 지난 13일에도 국민의힘은 뚜렷한 쇄신책을 내놓지 못했다. 김기현 대표는 최고위원·지도부를 한 명씩 만나 의견을 수렴했다. 당에선 김 대표가 쇄신 주체가 돼선 안 된다는 주장부터 지도부 총사퇴론, 정부·여당의 국정기조 변화 필요성 등 산발적인 목소리들만 분출됐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 당대표실에서 윤재옥 원내대표와 선출·지명직 최고위원들, 박대출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 인사들을 차례로 면담해 당 쇄신 방향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당초 이날 김 대표가 직접 위원장을 맡는 혁신위원회 발족, 총선기획단 중심으로 당 체제 조기 전환, 인재영입위원회 출범 등 쇄신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것으론 안 된다’는 반발에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취소하고 지도부 일대일 면담으로 선회한 것이다.

청년층 최고위원들은 형식적인 기구 출범이 아니라 인적 쇄신과 실질적이고 상징적인 변화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나온 임명직 고위 당직자 총사퇴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다만 지도부 총사퇴 주장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김 대표 면담 후 “적당히 넘어가는 면피성 대책이 아니라 누가 봐도 지도부가 어려운 결단을 하고 책임진다고 느낄 수 있는 고강도 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면담을 마친 후 “당 체질을 어떻게 개선하느냐가 핵심 과제”라며 “(쇄신안 마련에)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내에선 김 대표가 15일 의원총회에서 쇄신안 추인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 대표 쇄신안을 추인하고 혼란 수습에 중점을 두자는 당내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지만 지도부 총사퇴 등의 주장이 분출하며 내부 갈등이 표출될 가능성도 있다.

당에선 선거 패배의 책임이 있는 김 대표가 쇄신의 전면에 서면 안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윤희숙 전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김 대표는 메신저로서 신뢰를 상당 부분 잃었다”며 “유책 당사자들이 앞으로 잘하겠다는 게 국민에게 어떤 울림을 주겠나”라고 했다.

김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의 두 차례 당대표 사퇴를 언급하며 “정치책임은 사법책임과 달리 행위책임이 아니라 결과책임이기 때문에 당연히 사퇴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책임정치가 실종된 시대에 살고 있지만 비루하게 책임을 미루면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보선 참패는 전적으로 당이 잘못한 것”이라며 “책임질 사람들이 사퇴하고 나면 새로운 길이 열린다”고 김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한편 안철수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이틀째 설전을 이어갔다. 안 의원은 지난 9일 강서구청장 후보 지원 유세 과정에서 한 시민이 “XX하고 자빠졌다”고 말하자 이를 받아 “XX하고 자빠졌죠?”라고 말했다. 이에 이 전 대표는 10일 “안 의원이 막말을 했다. 갑자기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디스한다고 ‘XX하고 자빠졌죠’라고 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지난 12일 SNS에 “내부총질 이준석을 제명해야 한다”고 썼다. 같은 날 이 전 대표는 SNS에서 “말도 안 되는 내용을 길게 쓰고 자빠졌죠?”라고 응수했다. 안 의원은 다시 13일 SNS에 “응석받이 이준석을 가짜뉴스 배포·명예훼손·강서구청장 선거 방해 혐의로 제명해줄 것을 요청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한다”고 썼다. 이에 이 전 대표는 SNS에서 “안 의원이 보궐선거 패배 책임론 앙케트 조사에서 그다지 많은 표를 얻지 못해서 아쉬운지 총선 패배의 선봉장이 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맞받았다.

여당 지도부에서 쇄신책은 나오지 않은 채 당내 비주류인 두 사람의 공방에만 불이 붙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조미덥·조문희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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