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이란 고립’…미, 대중동 외교전
블링컨, 카타르·사우디 등 순방
‘팔 온건파’ 아바스 수반 만날 듯
이란 동결 자금도 해제 않기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력충돌 이후 위기 관리에 들어간 미국이 하마스와 그 배후로 추정되는 이란을 고립시키기 위해 분주한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텔아비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요르단과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이집트를 순방하며 각국 지도자들을 만날 예정임을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순방과 관련해 “각국이 (이번) 분쟁의 확산을 막는 데 힘을 보태고, 인질들이 즉각 석방되도록 각국이 가진 하마스에 대한 지렛대를 사용하길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순방은 이스라엘을 대신해 진행하는 대중동 외교전으로 분석된다. 중동 국가들과 복잡한 관계에 있는 이스라엘 대신 미국 정부가 나서 하마스에 대한 공격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하마스와 이번 공격의 배후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란의 영향력까지 봉쇄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블링컨 장관은 조만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마무드 아바스 수반도 만나겠다고 밝혔다.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아바스 수반은 가자지구를 장악한 하마스에 비해 비교적 온건한 노선을 보여온 인물이다. 블링컨 장관이 아바스 수반을 만나는 것은 하마스와 다른 팔레스타인 정파들을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 역시 하마스를 고립시키려는 시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 정부는 당초 동결을 해제하려 했던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을 다시 동결하기도 했다. 월리 아데예모 재무부 부장관은 이날 하원 민주당 의원들을 만나 미국과 카타르 정부가 카타르 은행에 예치된 60억달러(약 8조원)를 이란이 사용하지 못하게 하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는 재동결할 권리도 보유하고 있다”며 해당 자금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워싱턴포스트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과 수년간 협상을 통해 힘들게 타결한 합의를 깨고 이란의 자금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지정학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은 이스라엘이 지금처럼 가자지구 폭격을 계속한다면 ‘새로운 전선’이 열릴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놨다. 이란은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으로, 중동 지역에서 이른바 ‘시아파 벨트’를 주도하고 있다. AP통신은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이 말한 ‘새 전선’이 헤즈볼라의 참전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앞서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헤즈볼라가 근거지를 둔 레바논 남부에서도 이스라엘 북부 지역을 겨냥한 로켓포 공격이 이어져 확전 우려를 키운 바 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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