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간 4천t 폭탄에 쑥대밭…WHO “가자 의료시스템 붕괴”

최서은 기자 2023. 10. 1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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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잇단 ‘구호’ 목청
학교·병원·모스크 등 무차별 공습
치료는커녕 시신 묻을 곳조차 없어
나토 등 “과잉 대응 자제를” 촉구
이스라엘군 “인질들 석방이 먼저”
가자지구 향해 줄지어 이동하는 이스라엘 장갑차들 이스라엘군의 병력수송장갑차(APC)들이 1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국경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이 이어지면서 가자지구의 보건 시스템이 한계에 도달하며 인도주의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국제사회의 경고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13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지난 7일 하마스를 향한 반격에 나선 이후 12일까지 폭탄 약 6000발(총 4000t가량)을 가자지구에 투하했다고 밝혔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구 밀집지역인 가자지구가 봉쇄당한 상황에서 주민들은 외부로 대피하지도 못하고 무차별 폭격을 당하면서 피해가 극에 달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전날 식량, 전력, 구호품 등이 모두 부족해지며 “보건 시스템이 붕괴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이 시작된 이후 가자지구의 병원들은 시신으로 넘쳐나 영안실마저 부족한 상황이다. 병원 복도는 침상을 배정받지 못한 채 치료를 기다리는 부상자들로 가득 찼고, 거리에도 환자들이 널려 있다.

공습을 당한 현장은 재와 먼지로 뒤덮여 시신과 부상자들이 잔해와 구분되지 않을 지경이라고 NYT는 전했다. 가자지구는 이제 시신을 묻을 공간조차 부족하며, 시신 가방도 부족해 여러 구의 시신을 함께 담는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겁에 질린 주민들은 공습을 피해 유엔이 운영하는 학교와 대피소 등으로 피하고 있지만, 폭탄은 병원, 학교, 모스크를 가리지 않고 투하돼 이곳도 안전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가자지구 민간인들이 처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국제사회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제사회는 하마스의 공격을 규탄하면서도 이스라엘의 가자 주민들에 대한 봉쇄 조치와 무차별 공습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특히 가자지구에 대한 포위 공격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식량계획(WFP)은 현재 가자지구의 상황이 끔찍하다며, 전면 봉쇄 이후 필수품이 위험할 정도로 부족하다고 밝혔다. 유엔은 가자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2억9400만달러(약 3966억원)의 긴급 모금을 호소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가자지구의 의료 시스템이 한계점에 이르렀다”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는 “이스라엘의 포위 공격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가자지구에 물자가 들어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들고, 구호활동가들을 보호할 것을 촉구했다. 국경없는의사회도 가자지구 병원의 상황이 “재앙적”이라며 “전기가 없으면 병원 전체가 영안실로 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분쟁이 계속됨에 따라 민간인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스라엘에 전쟁법 준수와 과잉 대응 자제를 촉구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백린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민간인 지역에서 백린탄 사용은 평생의 고통을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이번 분쟁으로 인해 현재까지 발생한 가자지구 난민 수는 40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가자 주민들이 대피할 수 있는 안전한 곳은 사실상 어디에도 없는 상태다. 이스라엘과 이집트 등 외부로 떠날 수 있는 통로는 모두 막혔다.

이 같은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 대한 포위 공격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이스라엘은 자국민 인질들이 모두 풀려날 때까지 식량과 전력 등이 가자지구로 들어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스라엘 카츠 에너지부 장관은 12일 엑스(X·옛 트위터)에 “이스라엘 인질들이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전력, 물, 연료 등은 없을 것”이라면서 “누구도 우리에게 도덕을 설교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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