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밖은 위험해? 침대 안도 위험해”…자도자도 피곤한 이유 [Books]
스마트폰에 갇혀 고립된 현대인
무기력한 상태로 편안함만 추구
밖으로 나가 ‘진짜 경험’ 늘려야
한나 아렌트의 목소리를 빌리자면 현대인들은 “자기 자신 외에는 그 무엇에도 중심을 두지 않는 사생활의 두터운 슬픔”으로 가득 찬 세상에 살고 있다.
파스칼 브뤼크네르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지성으로 소설가이자 철학자다.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르노도상과 메디치상을 수상했고, 공쿠르상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진짜 삶을 경험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브뤼크네크는 탁월한 처방전을 선물한다.
권태를 부르는 가장 흥미로운 단서는 ‘슬리퍼’다. 실내 생활의 동반자인 슬리퍼는 우리가 직립 보행 대신 소파나 침대에 축 늘어져서 지내는 생활 습관을 상징한다. 소설 ‘오블로모프’의 주인공은 타고난 무기력증으로 늘 의자와 침상에서 시간을 보내고 잠옷을 입고 실내화를 신는다.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있느라 연인과도 헤어진다. 과식과 잠, 미루는 버릇이 병인 그를 “남은 생이라는 널찍한 관을 자기 손으로 만들고는 그 속에 편안하게 누워서 끝을 향해 간다”라고 평가한다.
저자는 슬리퍼를 신고 가운을 입은 채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실내복과 외출복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우리가 원래 바깥세상에 대해 갖고 있던 긴장감이 옅어졌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슬리퍼를 벗을 일이 없는 삶은 구두나 스니커즈를 신고 리듬감 있게 걸어가는 삶만큼 흥미롭지는 않다”라면서 삶의 리듬을 회복하자고 주장한다.
결국 화면은 화면일 뿐이다. 밖으로 나가야하는 이유는 많다. 새날의 아름다움을 찬양하기 위해, 신체가 냄새, 소리, 빛을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야 한다. 빗장을 걸고 집에만 산다면 안전을 위해 죽음과도 같은 권태를 대가로 치르는 셈이다.
멀리내다보는 것이 불가능한 ‘초저공비행’ 같은 삶을 끝내는 방법은 당장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를 강하게 만드는 것은 도피가 아니라 역경과의 정면 대결일지니 가능성의 문을 최대한 많이 열어두고 경어로운 모험을 다시 시작해 보자”고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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