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의 경제읽기] 미국 연준과 금융시장의 ‘동상이몽’

기자 2023. 10. 13.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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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행 5.25~5.5%로 동결했다.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고 있는 시기에 기준금리 동결이라면 금융시장 입장에선 한결 부담을 덜어낼 수 있는 호재라고 해석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준금리는 동결됐지만 지난 9월 FOMC에서 연준은 향후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몇 가지 시그널을 던져주었다. FOMC는 연간 8차례 열리는데, 그중 3, 6, 9, 12월 회의에서는 ‘경제전망요약(SEP)’을 발표한다. 말 그대로 향후 경제 전망에 대한 요약이 나오는 것인데, 연준 위원들이 보는 향후 성장·물가·기준금리 등에 대한 전망이 담겨 있다.

이번 회의에서 주목을 끌었던 것은 SEP에서 미국의 올해 성장 전망치를 큰 폭으로 상향조정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1.0%에 그칠 것으로 보았던 올해 성장 전망치를 2.1%로 두 배 이상 끌어올린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올해 초 연준이 보았던 경기침체 우려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 3월에 비해 6월에는 경기침체 가능성이 다소 옅어졌다고 분석하면서 성장 전망치를 0.4%에서 1.0%로 올린 데 이어 7월 FOMC를 거치면서 경기침체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경기침체 우려가 해소되면서 성장 전망치를 2.1%로 끌어올린 것이다.

성장 전망치가 높아졌다면 좋은 소식으로 볼 수 있겠지만 연준 내 논의 구도를 보면 애매한 부분이 있다. 긴축정책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연준 내 매파는 현재 기준금리가 결코 높지 않다고 주장한다. 금리 수준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성장과 물가가 흔들릴 정도가 돼야 높은 금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성장 전망치가 상향조정되고 있다면 현재의 기준금리가 높다고 할 수 있을까?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비둘기파는 기준금리를 올린 이후 그 효과가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서 나타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미래에 대한 성장 전망이 강해진다면 시간이 지나도 금리 인상이 성장과 물가를 끌어내리는 효과는 약해지지 않을까? 견조한 성장세를 보인다면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한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연준 위원 중 절반 넘게 연내 한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을 지지하고 있음을 이번 SEP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내년 금리 전망도 지난 6월에 비해 큰 변화가 있다. 지난 6월 SEP에서 연준 위원들은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는 4.5~4.75%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지난 9월 전망에선 5.0~5.25%로 끌어올렸다. 현재 기준금리가 5.25~5.5%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기준금리를 한 차례 정도 인하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지금 금리가 부담스럽게 느껴지는데도 내년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이 기대하는 것보다는 훨씬 약한 수준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연준 위원들은 전망하는 것이다.

현재의 금리가 높아도 견딜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향후 금리가 빠른 속도로 낮춰질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실제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무너졌던 지난 3월에는 올해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되고, 내년 말까지는 3%대로 내려올 것으로 시장 참여자들은 기대했다.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지난 9월 연준 위원들이 예상하는 5.0~5.25%라는 메시지를 접하게 됐다. 시장의 기대와 연준 전망의 괴리가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중장기 금리 전망에서도 연준의 메시지는 확인된다. 연준은 중장기적으로 2.5% 정도의 기준금리가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세부적 약간의 변화가 있었는데, 중장기 금리가 3%를 넘을 것으로 보는 위원들이 지난 6월에 비해 늘었다. 중장기적으로 2.5%가 아닌 3%를 넘는 기준금리가 적절하다고 본다면, 내년 이후에도 금융시장이 기존에 예상했던 만큼의 금리 수준으로 낮춰지는 게 어려울 수 있다.

금융 위기 이후 전 세계는 저성장·저물가·저금리로 대변되는 ‘뉴노멀의 시대’를 겪어왔다. 금리는 하향 안정화됐고, 급기야 마이너스 금리로 전환되기까지 했다. 인플레이션이 사라져 낮은 금리도 용인이 되던 시기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히 진행된 인플레이션과 이를 제압하기 위한 연준의 노력이 끝난다면 저금리 시대로 되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시장 참여자들은 전망한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는 다르게 내년에도 적극적 기준금리 인하는 어렵고, 중장기적으로도 예전만큼의 낮은 금리를 접하기는 힘들 것이란 연준의 메시지가 지난 9월 FOMC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시장과 연준의 ‘동상이몽’이 뚜렷하게 확인된 상황에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오건영 신한은행 WM본부 팀장

오건영 신한은행 WM본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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