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병, 방치 말고 한방 치료로 다스리자[의술인술]

기자 2023. 10. 13.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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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병은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억울하고 분한 감정을 오랜 기간 그대로 간직해 발생하는데, 감정적으로도 힘들지만 이차적으로 여러 신체질환과 정신장애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화병은 방치하지 않고 제때 치료받으면 한약과 침 치료 등으로 비교적 잘 조절될 수 있다. 한의학 상담을 통해 문제를 객관화하고 명상 등을 익힘으로써 스스로 조절하는 힘을 키우게 되면 화병은 치료될 수 있다.

만성적 스트레스, 혹은 일시적인 스트레스이지만 제대로 해소할 길이 없는 경우에 생기는 각종 정신적 증상, 신경증, 신체질환을 통틀어서 화병이라고 한다. 화병 때문에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흔하고 심각한 질병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화병(질병코드 U222)으로 한방병원을 찾은 환자는 1만1587명으로 나타났다. 이 중 남성이 2392명, 여성이 9195명을 차지했다.

화병의 원인은 억울하고 분한 감정이다. 그런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는 스트레스가 선행되고, 참으면서 살다가 분노가 감정이나 행동으로 폭발한다. 가슴 답답함, 치밀어 오름, 얼굴의 열감 등의 신체 증상을 함께 보인다. 화병은 한국인들의 참고 사는 문화, 폭발하는 기질과 연관해 한국의 문화 관련 증후군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화병이 한국에서 많이 관찰되기는 하지만 한국인만의 병으로 보지는 않는다. 이를 국제적으로는 ‘분노증후군’으로 설명하고 있다.

화병을 방치하면 분노의 감정조차 드러나지 않고 무기력에 빠지는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또한 화병은 신체적으로 심장의 문제를 동반하고 고혈압과도 연관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침을 통해 답답한 가슴을 풀어내고, 하복부에 뜸을 떠서 열감을 아래로 내리게 되면 가슴 위는 시원하게 느낄 수 있다.

분노의 정서가 신체 증상과 연계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신체 증상을 개선하면 분노 조절에도 도움이 된다. 이러한 상태를 느끼는 훈련을 명상을 통해서 할 수 있다. 한의학 상담도 활용된다. 한의학 상담은 환자가 질병을 스스로 극복하도록 도움을 준다.

화병 치료의 좋은 방법 중 하나로 걷기도 추천한다. 일상적인 삶의 환경에서 잠시 벗어나 마음을 재충전하는 정도의 목표로 걷기를 시작하면 좋다. 화를 스스로 다스릴 수 있다면 그것이 최선이다. 다만 다스리는 것이 무조건 참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분노를 표현할 때 자신의 감정에 휩싸이지 않으면서 자신이 분노하고 있음에 대해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사소한 일에 화를 내는 것 역시 건강에는 좋지 않다. 화병은 질병이므로 답답함과 두통, 불면증의 증상이 나타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준다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김종우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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