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부랑 노인’ 척추관협착증, 조기 치료 ‘허리 업’

김태훈 기자 2023. 10. 13.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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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관 좁아져 척추신경 눌러 발생
걸을 때 통증…허리를 굽혀야 완화
진행 속도 더뎌 초기에 치료해야
약물·주사·물리치료로 증상 호전
증상 악화 시 안전한 내시경수술도

나이가 들어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저린 증상이 나타나면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곤 한다. 대표적인 것이 퇴행성 척추질환이다.

그러나 치료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특히 허리를 굽히거나 쪼그리고 앉으면 통증이 완화되는 척추관협착증은 비교적 진행 속도가 더뎌 조기에 치료하면 노년기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막고 치료효과도 높일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뼈 중앙으로 척추신경이 지나가는 길인 척추관이나 추간공이 여러 이유로 좁아져 척추신경을 누르면서 발생한다. 신경을 압박하는 탓에 허리 통증을 유발하거나 다리에 복합적인 신경증세를 일으킨다. 척추신경이 눌리는 지점은 주로 허리의 요추부지만 통증이 나타나는 부위는 허리부터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 등으로 번질 수 있다. 해당 부위에선 통증 외에도 저리거나 근력이 떨어지는 증상이 동반된다.

보통 걸을 때 다리가 무겁거나 통증이 악화되는데, 허리를 굽히거나 걸음을 멈추고 쪼그리고 앉아서 쉬면 호전됐다가 다시 보행하면 같은 증상이 반복된다.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이 눌리는 정도가 심할수록 보행거리가 짧아진다. 신체 검진에서는 하지의 감각과 근력, 반사신경의 이상 여부 등 신경이 제 기능을 하는지 확인한다. 단순 방사선 검사(X레이)에서도 척추 간격이 좁아져 있거나 불안정한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지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로 관절과 인대가 얼마나 비대해져 있는지와 척추신경의 압박 정도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은 흔히 허리 디스크라 불리는 요추 추간판탈출증과 혼동될 때가 많다. 허리와 다리에 통증이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척추관협착증은 허리를 앞으로 구부릴 때 통증이 줄어들고 뒤로 젖히면 통증이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허리 디스크는 자세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지속적인 통증을 보인다는 점에서 두 질환을 구분할 수 있다. 최수용 세란병원 신경외과 과장은 “허리 디스크는 말랑한 젤리 같은 디스크 물질이 신경을 누르는데, 척추관협착증에서는 주로 두꺼워진 인대와 관절 같은 딱딱한 조직이 신경을 누른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숙였을 때 통증이 덜하고, 보행이 힘들어 걷다가 자주 쉴 수밖에 없는 증상은 동요 ‘꼬부랑 할머니’를 연상시킨다. 척추관협착증은 누워 있다가 일어나기는 힘들지만 일단 움직이면 허리가 조금씩 부드러워진다. 다만 계속 걷다 보면 허리보다 골반 부위와 다리의 통증이 심하고 다리가 저리며 감각이 둔해져 버린다.

최수용 과장은 “통증의 경우 허리 디스크는 빠른 시간 내에 진행하고, 척추관협착증은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그래서 병원에 올 때 협착증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척추관협착증 치료는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주사치료로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증상이 호전된다고 해서 좁아진 척추관이 다시 넓어지진 않기 때문에 재발 가능성이 크다. 근본적 치료법인 수술치료는 지속적인 통증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따르고 비수술적 치료에 효과가 없는 경우 시행한다. 또 하지가 마비되는 증상이나 대소변 기능 장애가 나타난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하다.

최수용 과장은 “다리의 힘이 약해지거나 대소변 장애가 있지 않으면 수술은 응급하게 시행하지 않아도 된다”며 “신경증상이 악화하거나 보존적 치료로 통증이 완화되지 않는 경우, 심한 신경압박이 있을 경우에는 수술을 해야 하는데, 최근에는 척추내시경수술로 통증은 적고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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