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은 화면일 뿐…우리는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토요일의 문장]

김종목 기자 2023. 10. 1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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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밖으로 나가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새날의 아름다움을 찬양하기 위해, 그리고 신체가 냄새, 소리, 빛을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 우리는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화면은 화면일 뿐입니다. 빗장을 걸고 집에만 처박혀 산다면 안전을 위해 죽음과도 같은 권태를 대가로 치르는 셈이지요. 먼 곳을 내다볼 수 없는 초저공비행 같은 삶은 감옥 생활, 늘어진 속도의 삶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기도 전에 벌써 피곤할 삶입니다.”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이세진 옮김, 인플루엔셜) 중

프랑스 소설가이자 철학자인 파스칼 브뤼크네르가 한국어판 서문에 적은 말이다. 방 안은 스마트폰 콘텐츠에 매몰된 공간을 상징한다. 불안과 고립, 권태와 무기력이 퍼진 공간이다. 팬데믹과 전쟁 때문에 사람들은 더 방 안에 자기를 가둔다. 사람들이 공포에 사로잡혀 집에서 꼼짝하지 않길 바라는 이들은 종말론과 묵시록 신봉자들이라고 브뤼크네르는 말한다. “위험을 감수하는 우아함”으로 방 밖으로 나가 “생의 감각”을 되찾고 “역경과의 정면 대결”을 벌이라고 한다. 그 대결이 사람들을 강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몽테뉴상과 메디치상을 받은 브뤼크네르는 철학, 역사, 문학, 예술 텍스트에서 그 감각과 대결의 가능성을 찾아간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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