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오바마, 워킹맘 그리고 노벨 경제학상[책과 책 사이]
성별 임금 차별을 연구한 클로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가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오래된 책이 떠올랐다. 미셸 오바마의 <비커밍>. 남편 버락 오바마가 변호사로, 정치인으로 탄탄대로를 걷는 동안 미셸은 ‘일’과 ‘가정’이라는 두 개의 공을 돌려야 했다. 프린스턴대와 하버드 로스쿨이라는 화려한 스펙을 가진 미셸은 이모에게 울면서 로펌을 그만둬야 할 것 같다고 전화한다. 미국 중부에 사는 이모는 비행기를 타고 동부로 날아와 아이들을 봐준다. 미셸이 경력단절의 첫번째 위기를 넘긴 순간이다. 두번째 위기 앞에선 친정과 합가를 한다. ‘커리어우먼과 좋은 엄마’ 두 가지 타이틀을 다 얻고자 ‘친정엄마’를 희생시킨 죄책감에 시달릴 때 만난 이 책은 ‘미셸도 이렇게 사는데? 별수 있나’라는 묘한 위로를 줬다.
클로디아 골딘의 <커리어 그리고 가정>은 오랜 시계열 데이터로 보면 남성은 장시간 고강도로 일하고 여성은 육아를 이유로 낮은 임금의 유연한 일을 하면서 성별 임금격차가 벌어졌다는 내용이다. 그의 오랜 연구 데이터는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우리 주변의 여러 사례로 증명된다. 미셸도 결국 로펌보다 유연한 (낮은 임금의) 일자리로 옮긴다. 여성의 경제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하는 <더블엑스 이코노미>도 이번주 출간됐다. 사실 이런 책은 많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논쟁을 보고 있노라면 답답하지만, 골딘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과 책 출간이 후배 워킹맘, 나아가 일하는 부모들이 고민하거나 위로받지 않아도 되는 생산적 논의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더블엑스 이코노미>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해야 할 일은 많고 쉽지 않을 것이며 신속히 이뤄지지 않겠지만 그 변화는 노력의 가치를 충분히 발휘할 것이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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