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와 죽음, 진화론의 대답은…[책과 삶]
사피엔스의 죽음
후안 호세 미야스·후안 루이스 아르수아가 지음
남진희 옮김 | 틈새책방
464쪽 | 1만8000원
인간은 왜 나이 들면서 없던 병이 생기고 결국에는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일까. 노화와 죽음, 자연스러운 과정 같지만 원인이 무엇인지 답을 찾아가다보면 막상 뚜렷한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스페인 소설가 후안 호세 미야스와 고생물학자 후안 루이스 아르수아가는 <사피엔스의 죽음>에서 노화와 죽음에 관한 진화론의 대답을 내놓는다.
아르수아가는 인간이 늙어가고 죽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은 과정이라고 말한다. 과거에 인간은 혹독한 날씨, 전염병, 맹수의 공격 등으로 오래 살 수 없었다. 문명 발전 이후에야 수명이 길어졌다. 그는 늙어서도 삶을 이어나가는 것은 일종의 선물로 본다.
아르수아가가 노화와 죽음을 설명하는 관점은 ‘자연 선택’이다. 자연 선택이란 주어진 환경에서 생존에 유리한 형질을 지닌 개체가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다고 보는 개념이다. 젊었을 때 질병을 유발하는 유전자는 자연 선택으로 인해 발현될 가능성이 낮아진다. 인류가 진화하면서 생존에 불리한 유전자를 지닌 개체는 자연 선택에 의해 점차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면 나이 든 뒤에야 몸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는 자연 선택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노화 이후에야 발현되는 유전자, 그중에서도 인간 생존에 불리한 유전자를 자연 선택은 미처 배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과학을 다루지만 딱딱한 책이 아니다. 난도 높은 주제를 소설가와 과학자의 대화체로 풀어내 이해가 쉬운 편이다. 두 저자 사이 오가는 농담과 다양한 사례도 가독성을 높여준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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