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아닌 이웃” 고단한 삶의 기록[책과 삶]
당신은 나를 이방인이라 부르네
고기복·송경동·이란주 등 22명 지음
후마니타스 | 360쪽 | 2만원
한국 땅에서 이주민에게 빚지지 않고 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점심시간 백반집에서 먹는 생선구이의 생선은 연안 어선의 베트남 선원이 잡은 것이고, 회식 때 삼겹살을 싸먹는 깻잎은 밀양의 캄보디아 노동자가 딴 것이다. 팬데믹 기간 매일 썼던 마스크 역시 외국인 노동자들의 손을 거친 것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한국인에게 이들은 ‘이웃’이기보다 ‘이방인’이다.
<당신은 나를 이방인이라 부르네>는 이방인이 아닌 이웃이 되길 원하는 이주민들의 목소리가 담긴 책이다. 결혼이주여성부터 중국 동포, 고려인, 미등록 이주민, 농·어촌 노동자, 난민, 그리고 당사자 정치를 꿈꾸는 네팔계 한국인 수베디 여거라즈까지 이 땅에 새로 뿌리내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데 모았다.
이들이 풀어놓는 이야기는 익히 알려진 이주노동자의 고단한 그것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국내 거주 이주민 200만명에게는 200만개의 사연이 있다.
익천문화재단 길동무가 기획하고 이주 인권 분야 활동가 등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기록해 온 22명이 함께 썼다. 저자들은 한국을 살아가는 이주민을 꾸준히 또는 새로이 만나 이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듣고 적었다.
부제 ‘한국에 사는 이주민들의 생존 보고서’가 예고하듯 책에 기록된 이주민의 삶은 하나같이 굴곡지다. 어떤 독자들은 고개를 돌려 외면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서문을 쓴 이란주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는 그러나 “설사 그렇더라도 책장을 덮지 말고 계속 읽어 내기를” 청한다.
“이주자는 저어한다고 지워질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읽기를 지속한다면 그동안 무심코 스쳐 갔던 이주자가 분명한 온기를 가진 사람으로 새로이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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