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원전 파리 날릴 판”…전력망 구축 20조 필요한데 한전 빚만 200조

이진한 기자(mystic2j@mk.co.kr) 2023. 10. 13. 20: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文정부 신재생에너지 설비 무분별 확충에
200조 부채 한전, 전력망 구축에 차질 우려
신한울 2호기 등 신 발전원 가동에
송전망 부족현상 더욱 악화할 전망

◆ 위기의 전력망 ◆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별관에 전력수급현황이 안내되고 있다 [이승환 기자]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산업 투자 확대로 대규모 전력 수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재 동·서해안에 편중된 발전원에서 전기를 전국에 보내려면 앞으로 10년간 20조원이 넘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 방침을 밝혔지만 송배전망을 강화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특히 200조원이 넘는 부채에 시달리는 한전이 전력망 구축에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전력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2032년까지 지역간 전력 융통 선로 보강 총 투자비로 20조6359억원을 설정했다. 이 중 영동권, 호남권, 중부권 등에서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전력융통 선로보강 사업의 투자비는 9조7383억원, 영·호남권에서 중부지역으로 보내기 위한 사업의 투자비는 10조8976억원에 달한다.

지역간 전력 융통 선로 보강은 전력수급 불균형 문제 해소를 위한 주요 작업 중 하나로 꼽힌다. 주요 발전설비가 동·서해안 등 특정 지역에 집중돼 있고, 전력 수요는 수도권에 편중돼 대량의 전력을 보낼 수 있는 경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도권 전력 수요는 지난 2021~2022년 겨울철 최대부하 기준 36.7GW(기가와트)에 달해 전국의 42.9%를 차지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잇는 전력망에 과부하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재인 정부 시절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무분별하게 확대한 점도 송배전망 부실화를 부추겼다. 전국 각지에서 생산한 전기를 필요한 곳에 보낼 수 있는 방법은 고민하지 않은 채 당장 발전용량을 확대하는 데 정책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봄·가을철이나 설·추석 등 에너지 수요가 적은 기간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에 대비해 원자력발전의 출력을 줄여 전력수급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신한울 2호기 등 새로운 발전원이 올해 본격 가동될 것으로 보여 송전망 부족현상은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신한울 2호기가 본격적으로 전력 공급을 시작하면 동해안 일부 석탄화력발전소들은 원전에 급전 순위가 밀려 가동률을 현재 60% 수준에서 30% 대로 낮춰야 한다는 분석이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력 정책은 발전소만 지으면 끝나는 게 아니다”라며 “소비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긴밀하게 망을 구성해야 소비가 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정부에서 전력망 보강에 소홀히 한 부작용이 앞으로 더 크게 돌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늘어나는 전력 생산량에 맞춰 송전망을 확충하는 것이다. 정부도 제10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2022~2036년)을 통해 민간의 송전망 확충사업 참여를 핵심 정책 중 하나로 꼽았다. 그러나 발전업계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정부 계획을 믿고 들어온 발전소들도 투자비는 물론 송전망 부족으로 인한 발전제약에 대한 피해 보상도 제대로 안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송변전 설비 준공 작업이 건설 반대 민원 등으로 지연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한전에 따르면 제9차 송배전 설비계획 기준 송변전 설비 688건 중 13%에 달하는 87건이 사업이 지연됐다. 지연 사유로는 시공 여건 변화가 32건으로 가장 많았고, 인허가 문제(21건), 고객·개발사업자 책임(20건), 민원(14건) 등이 꼽혔다.

전문가들은 200조원 넘는 부채에 시달리는 한전이 재정난 속에서도 전력망 구축 작업에 착수할 수 있도록 국가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생에너지는 간헐성 문제와 더불어 지리적으로 수요지까지의 괴리가 커 대규모로 송배전망을 건설할 필요성이 높다”며 “이는 동해안에 집중된 원전과 석탄 등 화력 발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수요공급 미스매칭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전력망 보강 없이 추가 발전설비를 짓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양 의원은 “송전망 건설은 전통적으로 지역 주민들의 민원에 자주 부딪혔던 이슈”라며 “건설의 속도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민심을 조율하는 작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