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근절대책’ 적법성 따져보니…“선진사례와 동떨어져”

박효인 2023. 10. 13.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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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가짜뉴스 근절 추진방안’의 위헌성·위법성 검토 토론회


■ 방통위 "원스톱 신속심의·구제제도 활성화…포털 사업자 사회적 책임 강화"

앞서 지난달 방송통신위원회는 가짜뉴스 근절과 신속 피해구제를 위한 원스톱 '신속심의‧구제제도' 활성화, 가짜뉴스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 도입, 사실상 언론으로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포털 사업자의 사회적 책임 강화 등을 내용으로 가짜뉴스 근절 추진방안을 공개했습니다.

인터넷언론사 보도를 방송통신심의의원회 심의 대상에 포함하는 등 정부가 추진하는 '가짜뉴스 근절 대책'에 법적 근거가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언론·시민단체가 토론회를 열어 적법성 여부를 검토했습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오늘(13일) 공동 개최한 토론회에는 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와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협력실장, 김보라미 법률사무소 '디케' 변호사 등 언론 및 법률 전문가들이 참석했습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의 검토와 지적을 정리해봤습니다.

■ 언론보도에 '가짜뉴스' 표현 안 돼…"개념 모호, 신뢰도 깎아내리려는 의도"

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언론학자인 김민정 한국외대 교수는 언론사의 보도에 '가짜뉴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부터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가짜뉴스'라는 용어는 고의성을 띤 허위정보뿐 아니라 실수로 제공된 잘못된 정보, 소문이나 정치 선전 등 다양한 의미로 쓰이고 있어, 개념이 모호하다는 겁니다.

김 교수는 정치인이나 공직자가 자신들을 감시하거나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보도에 가짜뉴스라는 딱지를 붙이는 경우가 많다며, 여기에는 언론의 신뢰도를 깎아내리려는 불순한 정치적 동기가 담겨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를 '가짜뉴스', 언론사를 '가짜뉴스의 온상'으로 매도하거나 척결대상으로 삼을 경우, 공적 사안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 "보호 절차 강화가 추세…인터넷 언론 심의, 선진사례와 동떨어져"

김 교수는 해외에서는 온라인 표현물 규제를 논의할 때, 표현의 자유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콘텐츠 자체를 규제하는 것보다는 온라인 불법정보 규제에서의 '절차적 보호장치'를 강조하는 것이 최근 추세라고 밝혔습니다.

일례로 독일의 '네트워크집행법(NetzDG)'은 절차적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쪽으로 개정됐고, 프랑스의 '아비아법'은 절차적 보호장치가 부족해 대부분 조항이 위헌으로 판명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유럽연합의 디지털서비스법(DSA) 역시 불법 콘텐츠 판단 기준 대신, 플랫폼 사업자의 콘텐츠 제재 방침을 명확히 설명하고 집행 사항을 투명하게 보고하도록 하는 등 절차적 의무와 구제 방안을 만드는 방식을 택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방심위가 온라인 표현물을 대상으로 '의미가 모호하고 포괄적인' 가짜뉴스 신고센터를 운영하면서 신속 심의 여부를 판단하고, 플랫폼에 심의 표시를 하도록 하거나 삭제·차단 등의 조처를 하겠다는 발상은 선진 사례와 매우 동떨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가짜뉴스 규제 대상과 근거 모호…권력자의 자의적 판단에 좌우될 것"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대표는 규제 대상이 되는 '가짜뉴스'의 정의는 물론 규제의 법적 근거도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오 대표는 대다수 방송과 언론이 기사를 인터넷을 통해 제공하는 상황에서 이를 심의하겠다는 것은 모든 신문을 심의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언론 자유의 침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정보통신망법이나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 규정'을 보더라도 가짜뉴스 자체는 불법 정보로 규정돼 있지 않다며,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정보'만이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어떤 사실에 대해 허위인지 진실인지 판단하는 게 명확하지 않거나 사실과 주장이 섞인 경우도 많은데, 개개인이 모든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진실만을 표현하도록 강제한다면 사실상 마음 놓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의도적인 허위 사실 유포라고 한정하더라도 실제 의도를 파악하기 쉽지 않아 결국 권력을 가진 자의 자의적인 판단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고 한계를 설명했습니다.

■ "가짜뉴스 방안, 국제인권법 등 위배…자율규제 시 언론 자유 보장해야"

김보라미 법률사무소 ‘디케’ 변호사


김보라미 변호사는 '가짜뉴스 근절 추진방안'이 자율 규제가 아니라 국제인권법에 반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수준의 언론 개입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그 근거로 ①언론사가 생산한 뉴스를 사법적인 적법 절차 없이 행정당국이 제한하는 점, ②디지털 회사가 자율규제의 주체가 되어 언론사가 생산한 뉴스에 개입하는 점, ③다양한 사회의 이해 관계자의 의견 수렴 절차 없이 정책이 결정된 점, ④패스트트랙 절차의 투명성도 충분히 보장되지 않은 점 등을 들었습니다.

김 변호사는 UN(국제연합) 보고서 내용을 제시하며, UN도 '허위조작 정보' 대책이 표현의 자유 보장을 전제로 이뤄져야 함을 반복적으로 강조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UN은 '사법부가 아닌 정부 기관이 합법적 표현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이른바 규제 모델을 채택해서는 안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2018·2022 UN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보고서)

UN은 또 많은 나라에서 가짜뉴스 법의 입법 목적이 '정부정책 비판을 억제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2022 UN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보고서)

김 변호사는 인터넷 뉴스서비스에 대한 실질적이고 의미있는 자율규제 강화는 사회적으로 필요하지만, 이는 언론의 자유 보장을 전제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모든 언론사가 '뉴스타파' 같은 상황에 놓일 수 있어"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


김동원 전국언론노조 정책협력실장은 방심위가 '뉴스타파의 김만배 인터뷰 보도'를 인터넷 언론 첫 심의 안건으로 올린 것을 두고, 정부가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 권한에 앞서 시정 요구와 행정조치를 하려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김 실장은 허위 조작 정보 심의의 근거가 될 상위 법률이 없는 상황에서, 방심위가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 규정'의 '모호한 조항을 적용해 심의한 것은 권한 남용이며, '사회 통합 및 사회 질서를 저해하는 정보'를 자의적으로 규정에 포함한 것도 위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언론사 유형과 내용에 따라 사안을 다룰 심의 기구가 마련돼 있다는 지적을 이어갔습니다.

선거 관련 방송은 방심위의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신문과 정기간행물·뉴스 통신은 중앙선관위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기사심의위원회가 각각 다루고 있고, 인터넷 언론인 뉴스타파는 중앙선관위의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가 심의한다며, 방심위는 이 같은 기구의 심의 기록조차 찾아보지 않은 채 직접 심의를 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중앙선관위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 대상에 모든 언론사의 인터넷 기사가 해당한다며, 이번에 방통위와 방심위가 시정 요구를 하거나 행정 조치를 내린다면 다가오는 총선에서 모든 언론사가 이 같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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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인 기자 (izzan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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