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100원 동전 지켰다…이순신 영정 저작권 소송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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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중구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열린 제472주년 충무공탄신기념식에서 관계자들이 이순신 장군 영정을 제단으로 올리고 있다. 2017.4.28./사진=뉴스1

100원 동전에 새겨진 이순신 장군 영정을 그린 작가의 후손이 한국은행을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6단독 조진용 판사는 고(故) 장우성 화백의 상속인 장모씨가 한국은행을 상대로 "40년간의 영정 사용료 1억원을 지급하고 영정을 반환하라"며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3일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했다.

장 화백은 정부 의뢰에 따라 이순신 장군의 정면이 그려진 1953년 표준영정, 측면이 그려진 1973년 화폐도안용 영정을 제작했다. 한국은행은 1973년경 발행한 500원 지폐에 표준영정, 1983년부터 발행 중인 100원 동전에 화폐도안용 영정을 사용했다.

장씨는 "한은이 명시적으로 장 화백과 저작물 이용계약을 체결하거나 도안 사용동의를 받지 않았는데도 영정을 사용해 복제권을 침해했다"며 2021년 10월 소송을 냈다. 한은은 표준영정의 저작권이 이미 소멸했고 화폐도안용 영정은 적정한 제작대금 150만원을 지불하고 저작권을 취득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표준영정이 제작된 1953년 한국에선 일본 법체계에 따른 '의용 저작권법'이 통용됐다. 당시 법 1조에는 "도화·사진 등 문예·학술·미술의 범위에 속하는 저작물의 저작자는 복제할 권리를 전유한다"고 규정됐다. 조 판사는 "표준영정의 복제권을 비롯한 저작권 일체는 장씨에게 귀속된다"고 인정하면서도 "장씨가 입은 손해나 한은이 얻은 이익에 대해 구체적인 주장·입증이 없다"며 배상청구를 기각했다.

조 판사는 화폐도안용 영정에 대해선 "타인의 촉탁에 의해 저작된 사진·초상의 저작권은 그 촉탁자에게 있다"는 구 저작권법 13조가 적용된다며 저작권이 이미 한은에 귀속됐다고 판단했다.

한은은 이날 "판결을 존중하고 앞으로도 국민들이 화폐를 신뢰하고 불편함 없이 사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