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성폭행’ 전 성신여대 교수, 징역형에 “아쉬운 결정” 끝까지 부인

서울북부지법, 징역 3년 선고하고 법정구속
재판부 “죄질 좋지 않고 2차 가해성 행동”

성신여대 사학과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2018년 4월 30일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정문 앞에서 A교수 파면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자신이 지도교수로 있던 학회 소속 학생들을 성폭행하거나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대학교수가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반정모 부장판사)는 13일 준유사강간·강제추행·피감독자간음 혐의로 기소된 전 성신여대 사학과 교수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학회 지도교수였던 피고인은 제자인 피해자들이 평소 자신을 아버지처럼 존경하고 따르는 신분 관계 및 심리 상태를 이용해 피해자들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했다"며 "그 범행 횟수와 반복성에 비춰보면 죄질이 좋지 않고 비난 가능성도 크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수사 기관에서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범행을 모두 부인하고 변명하는 등 책임을 피해 왔고 ‘피해자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정당한 방어권 행사를 넘어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행동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가 2017년 1∼3월 함께 술을 마신 뒤 개인 서재에 데려가 입맞춤하는 등 자신이 지도하던 학회 소속 학생들을 성추행·성폭행했다고 판단했다.

A씨는 이 같은 혐의를 지속적으로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20대 대학생 피해자가 갑자기 30세 연상의 유부남이자 지도교수와 자유로운 의사로 성적 접촉을 한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며, 피해자가 이전에 이성적 관심과 호감을 표현했다는 정황은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만, 다른 학과 소속 피해자와 관련해서는 "정기적으로 정해진 책을 읽고 토론 활동을 주로 하는 동아리와 유사한 친목 단체로서 피고인이 구성원들의 학업 결과나 진학·취업 과정에 직접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던 것은 아닌 걸로 보인다"며 피감독자간음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A씨의 범행은 2018년 3월 졸업한 피해자가 학교 성윤리위원회에 과거 성폭행 피해 사실을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학 학생들은 A씨의 교수 연구실을 비롯한 교내 곳곳에 항의 포스트잇을 붙이며 A씨에 대한 징계를 촉구했고, 성신여대는 A씨를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징계위원회를 열어 A씨를 파면했다.

A씨는 이날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면서도 "경찰·검찰·법원에서 최소한의 기울어지지 않은 조사를 부탁드렸는데 아쉬운 결정이 내려졌다"며 거듭 혐의 사실을 부인했다.

오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