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선 아픈 게 죄, 이제 달라지려나”…의대 최대 1000명 확대

심희진 기자(edge@mk.co.kr), 김지희 기자(kim.jeehee@mk.co.kr), 권한울 기자(hanfence@mk.co.kr) 2023. 10. 13. 19: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 의료 불균형 해소방안 청사진 내주 공개
의대 입학정원 규모 최대 1000명까지 검토 중
지역의료격차 해소위해 지역의사제 도입 발표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의대 입시관련 문구가 적혀있다. [김호영 기자]
정부가 국내 의료계의 고질적 문제인 인력 부족 사태와 지역간 의료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청사진을 이르면 다음주 제시한다. 의대 정원을 최대 1000명 수준까지 늘리되 이를 부속병원을 갖춘 지방 의대를 중심으로 분배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13일 관계당국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 규모를 확정짓고 다음주께 발표한다. 증원 규모로는 적게는 300~500명 수준에서 최대 1000명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소한 2000년대 초 의약분업 시기에 줄였던 정원(351명)을 복원하자는 데에는 업계 공감대가 이뤄진 상태다. 현재 의대 입학정원은 2006년 이후 18년째 3058명으로 묶여 있다.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 치르는 2025년도 대학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확대하려면 각 대학들은 2024년 4월 말까지 정원 등의 일정을 대학교육협의회에 승인 요청해야 한다. 이후 대학교육협의회가 5월 말까지 대입전형시행계획 변경사항을 승인하면 의대 정원 확대가 가능하다.

늘어나는 정원을 개별 대학에 분배하는 문제와 관련해선 별도의 의대를 신설하기 보단 기존 대학에 추가 할당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의대를 설립하려면 병원도 함께 지어야 하는데 이를 한 데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부속병원이 없는 의대는 운영비 조달, 실습현장 연계 등에 어려움을 겪어 결국 폐교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2018년 사라진 서남의대가 대표적이다. 임재준 서울대병원 공공부원장은 “의사를 키워내려면 학생뿐 아니라 교수진, 교과과정, 실습현장 등 시스템이 함께 확보돼야 한다”며 “단순히 대학을 설립한다고 해서 양성 시스템이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존하는 의대를 중심으로 정원을 늘리는 것이 맞는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지역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의사제도 도입도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 늘어나는 인력이 수도권에만 집중될 경우 현재도 심한 지역 간 의료격차가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역의사제는 지역의 불균형 해소 및 완화를 위한 하나의 수단인데, 의대 정원 확대를 발표하면서 지역의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 패키지도 같이 발표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의료연대본부 총파업 총력투쟁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참석한 조합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승환 기자]
필수의료 붕괴 사태를 해소하기 위한 수가 조정 작업에도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그간 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 분야의 기피현상이 심화된 배경에는 낮은 의료수가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위험부담은 크면서 보상은 적다보니 기존 인력들마저 떠나는 악순환이 수년간 지속됐다. 실제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실과 의료정책연구원이 지난 8∼9월 전국 41개 의과대학 학생 81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9.2%가 필수의료 기피 원인으로 ‘낮은 의료수가’를 꼽았다.

복지부도 이 같은 문제의식 하에 수가 불균형 문제에 칼을 빼든 상태다. 지난달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내년 적용될 3차 상대가치 제도 개편안을 확정했다. 기존 과보상 분야의 수가를 조정해 확보한 재정을 입원·수술 등 필수의료에 투입한다는 취지다. 조 장관은 전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역 간 의료 불균형에는 의료 수가, 인프라, 정주 여건 등이 문제”라며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의료 수가부터 손보겠다”고 말했다.

수가 인상과 더불어 병원의 전문의 채용을 강제해야 필수의료를 살릴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가가 오르면 병원이 직접적인 혜택을 보게 되는데 이것이 인력 보강으로 이어져야 한 사람에게 쏠리는 업무량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민구 전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주 7일 근무 여건이 필수의료를 기피하게 만드는 요인”이라며 “정부가 병원에 재정을 투입하고 병상에 따른 인력기준을 만들어 경영진이 채용을 늘리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중범 대한소아중환자의학회 기획이사는 “주 40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전문의가 4.5명은 있어야 24시간 대응이 가능하다”며 “한두명의 전공의에만 의존하는 데서 벗어나야 필수의료에 인력이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종합병원이 전부 의대 부속병원이라는 점에서 전문의뿐 아니라 교수직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는 의사인력 확충 일환으로 국방부와 함께 공중보건의사의 복무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앞서 지난 5월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이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전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과 전공의 139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42명(74.7%)이 일반병 입대 의사를 표했다.

이들 중 89.5%는 “공보의·군의관 복무 기간에 매우 부담을 느낀다”고 답한 바 있다. 이에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공중보건의 복무기간을 군사훈련 기간을 포함해 2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병역법’과 ‘군인사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