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진보정당 ‘위기 10년’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진보정당 후보들은 득표율 2%를 넘지 못했다. 원조 제3정당인 정의당조차 1.83%에 그쳤다. 이 정도면 궤멸에 가깝다. 정치세력이 갖춰야 할 신뢰 자본을 상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4년 민주노동당이 10석을 차지하며 진보정치는 ‘위대한 소수’로 원내에 진출했다. 2007년 대선 후 분당·해산의 암흑기가 있었지만 2012년 10월 정의당 깃발이 다시 오르며 진보정당은 명맥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번 선거 후 진보진영에선 “사실상 정치적 해산”이라는 한탄이 흘러나온다. 진보정당은 어쩌다 ‘정치 미아’가 됐나.
정책 위기가 진보정당 위기를 불렀다. 민노당 시절 부유세(증세)와 무상급식은 진보의 정책 저작권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어느덧 보수가 경제민주화를 외칠 정도로 진보 의제는 평준화됐다. 그 후 진보정당은 새 어젠다 제시에 실패했고, 그것은 진보의 선명성과 정치세력으로서의 대중성을 모두 놓치는 원인이 됐다. 정체성 위기도 간과할 수 없다. 과거엔 운동권 정당이나 노동자·농민·서민을 위한 정당이란 상징성이 있었지만, 지금은 핵심 지지기반도 모호한 지경이다. 당 안팎에선 “선거 전엔 민주당 2중대였다가 선거 때는 민주당과 차별화 전략을 택한다”는 통념이 짙어졌다.
양대 정당의 기득권 정치와 민의를 대변하지 못하는 선거제를 진보정당 위기 요인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새삼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대안세력 실력을 쌓는 데 지난 10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양당 탓, 선거제 탓으로 허비했던 건 아닌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뼈를 깎는 성찰과 근본적 변화를 하겠다”고 했다. 당장 노동 중심의 재창당 작업에 탄력이 붙을지 불투명하다. 대신 진보의 재구성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당내에선 당원에 새 지지층을 규합하려는 ‘세번째 권력’, 보수·진보·중도의 최대 연합을 노리는 ‘대안신당 당원 모임’이 있고, 당 밖에선 탈당한 옛 참여당계 중심의 사회민주당이 주도권 경쟁에 나섰다.
정치를 위해서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도, 진보정당 역할이 필요하다. 다시 한국 정치의 왼쪽 심장이 되는 그 길에서 가슴 뛰는 진보정치를 만나길 기대한다.
구혜영 논설위원 koo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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