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수장들의 ‘국감 공백’…돌연 자리 뜨고 해외 출장행 [한양경제]
이성희 중앙회장, 국감 증인 출석 당일날 ‘이석 사유서’ 제출
이석준 금융지주회장, IMF 연차 총회 참석 이유로 불참
농협을 상징하는 대표 수장들이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증인 출석에 응하지 않거나 증인 선서만 한 뒤 돌연 국감장을 빠져나가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 논란을 빚고 있다.
농협 측은 ‘해외 출장’과 ‘건강상 이유’라고 해명했지만 국내 농업인 보호와 국민경제의 균형 발전을 추구해야 하는 농협의 대표자로서는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점에서 지적을 받았다.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국정감사장에는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농해수위는 이 회장을 증인으로 출석을 요청한 상태였다. 농해수위 위원들은 이 회장을 상대로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농협법 개정 문제 등을 질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 회장은 목에 하늘색 두꺼운 깁스를 두르고 있었다. 결국 이 회장은 국감장에 들어선 지 30분여 만에 국감장을 빠져나갔다.
이 회장은 앞서 증인 선서에서 “농협은 농업인과 함께하는 농협을 지향하며 농업인들을 위한 각종 지원사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면서 추진 중인 각종 현안 사업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 “오늘 국정감사를 통해 의원님들께서 주시는 소중한 의견은 농협 운영에 적극 반영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자신의 발언을 끝마친 직후 건강상 이유를 들어 위원회 측에 이석(離席)을 신청했다. 이 회장 측은 국감장 퇴장을 요청하면서 건강상 이유를 들었다. 이 회장의 이석 요청 뒤 여야 간사간 협의를 거쳐 이석 신청이 받아들여졌지만 갑작스런 국감장 퇴장에 일부 위원은 반발했다.
■갑작스런 이석 요청에 “하루 양보도 못해 유감” 비판
농해수위 소속 신정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오늘은 1년에 딱 하루 농민과 국민에게 보고하는 자리이고, 농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라며 “농업인들은 고금리, 고물가, 에너지 가격 폭등이라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는데, 평소에는 농민 대통령을 자처하는 이 회장이 이 하루를 양보하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이 회장이 국감 당일에야 증인 선서까지 마친 상태에서 곧바로 이석을 요청한 데 대해 비판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26일 목 디스크 질환으로 병원에서 시술을 받았고 의사에게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권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미 2주 전에 건강상 문제가 생겼음에도 뒤늦게 사유서를 제출한 셈이 됐다.
신 의원은 “(건강상 이유로 이석해야 할) 상황은 이해하지만 사전에 이해를 구해야지 당일에 와서야 이해를 구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이 회장의 태도는) 농업인과 국회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의원은 이 회장의 관련 의료기록 제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신 의원의 지적이 잇따르자 이 회장은 “제 생각이 짧았다”며 몸을 낮췄다. 그는 “(신 의원이) 개인적으로 의견 주시면 성실히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감장에는 이 회장과 함께 증인으로 채택된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도 불출석했다.
이석준 회장은 이달 9일부터 15일까지 모로코에서 열리는 IMF(국제통화기금)·WB(세계은행) 연차 총회 참석을 위해 해외 출장길에 올라 불출석 사유서를 보냈다.
이에 따라 이날 농협을 상대로 한 국회 농해수위의 국정감사는 농협의 대표 수장들이 사실상 불참한 가운데 열리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농협중앙회장이 이석한 가운데)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도 이석이 돼 있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종합감사 시에는 이석준 회장도 참석하도록 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중앙회장의 국감 이석은) 개인의 건강상 이유이기 때문에 따로 입장을 밝힐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농협금융지주 측은 “연차 총회는 모로코 현지 지진 때문에 일정 조율이 필요했던 사안이었고 IMF가 결정하는 것이라 농협 측에서 (국감 일정과 겹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종합감사 참석 요청에 대해서는 “금융지주회장의 참석 가능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 기사입니다.
이승욱 기자 gun2023@hanyang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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