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 나몰라라 손 놓고 ‘죽음의 땅’이 된 가자
이스라엘이 13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주민 110만명에게 24시간 내 남쪽으로 이동하라고 소개령을 내렸다.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 후 가자지구에 폭탄 6000발을 퍼부으며 ‘피의 보복’에 나선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전면봉쇄로 이미 전기·수도·식량 공급은 물론 병원조차 멈춰선 가자지구에 대규모 인도주의적 참사가 우려되고 있다.
서울 60%의 면적에 230만명이 거주하는 가자지구는 세계 최고 인구밀도 지역 중 하나다. 높이 6m 콘크리트 분리장벽 속에 고립된 가자지구는 주민 대부분이 구호물자로 연명하는 ‘지상 최대 감옥’이기도 하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테러범들은 무고한 민간인이 거주하는 가자시티 건물과 주택 밑 땅굴에 숨어 있다”면서 이곳에서의 대규모 군사작전을 예고했다. 하지만 비좁은 도시에서 누가 민간인이고 전투원인지 식별이 어려운 시가전이 벌어진다면 무고한 이들이 살상되는 걸 막기는 쉽지 않다. 이미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민간인 주거지역에 국제법상 금기시되는 화학무기인 백린탄을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마스도 무책임하긴 마찬가지다. 이스라엘의 소개령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몰아내려는 거짓선전에 불과하다며 대피하지 말 것을 권고하며 맞섰다. 가자지구에 억류된 다수의 인질과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하마스의 인간방패가 될 경우 대규모 인명피해라는 참사를 피하기 어려워진다.
양측의 갈등은 전쟁범죄로 치닫는 중이다. 사상자 규모는 벌써 1만명을 넘어섰다. 피가 피를 부르면서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제5차 중동전쟁이 촉발될 것이라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국제사회의 중재는 실종 상태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무기 지원을 시작했고, 아랍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는 팔레스타인 지지를 선언하며 갈라졌다. 유엔은 존재감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비극이 재앙이 되지 않도록 해달라”며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주민 소개령을 철회할 것을 요청했으나 묵살당했다.
‘젖과 꿀이 흐르는’ 성경 속 ‘가나안 땅’이 실패한 정치로 인해 생지옥이 되고 있다. 파괴와 살상으로는 평화를 이룰 수 없는데도 증오에 눈이 먼 이들은 서로를 자극하며 전쟁으로 내닫고 있다. 이 와중에 비탄에 빠지는 것은 무고한 보통 시민들이라는 것을 이들은 직시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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