쭉쭉 뻗어 자라는 ‘이 나무’에 알레르기 확산…일본, 10년내 20% 베어낸다
일본 정부가 대대적인 ‘삼나무 베어내기 프로젝트’에 나선다. 일본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삼나무 꽃가루 알레르기(화분증)에 시달리는 상황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정부는 지난 11일 기시다 후미오 총리 주재로 ‘화분증 대책 관계 각료회의’를 열고 ‘초기대응 패키지’를 정리했다. 이번 내용은 일본정부가 지난 5월 발표한 ‘화분증 대책’에 따른 것으로, 내년 꽃가루 알레르기 본격 발생시기가 오기 전에 추진할 ▲꽃가루 발생억제 ▲꽃가루 비산 예측 ▲알레르기 치료 등 3가지 먼저 중점과제를 담고 있다.
일본 정부는 범정부적인 이번 대책을 통해 30년 내 꽃가루 발생량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우선 10년 내 삼나무 인공림을 20%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우선 도쿄·오사카 등 대도시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삼나무 벌채 계획을 세우고, 꽃가루가 적은 품종을 중점적으로 심도록 했다. 이를 위해 삼나무 인공림의 효율적 벌채를 위해 고성능 기계를 도입하고, 외국인력 수용 확대도 검토한다.
벌채한 일본산 삼나무 목재의 사용 확대방안도 동시에 세웠다. 주택자재용 삼나무 목재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올해 중으로 고, 주택 건설업체의 국산목재 사용현황을 공표하는 제도를 만들고, 목재 가공공장이나 보관시설 정비도 추진한다.
꽃가루의 비산량 예측정보 제공에 슈퍼컴퓨터와 인공지능(AI)을 도입한다.
꽃가루 알레르기 치료에도 속도를 낸다. 약을 이용해 꽃가루에 반응하지 않는 체질로 개선하는 ‘설하 면역요법’ 치료약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혀밑에서 녹여먹는 알레르기 알약인 ‘설하정’ 생산을 25만명 분에서 2025년까지 50만명 분으로 확대한다.
기시다 총리는 “화분증은 많은 국민을 괴롭히는 사회문제”라고 강조하면서 “국민의 안전·안심을 확보하기 위해 경제대책에 이번 패키지를 담아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고, 실행에 옮겨달라"고 주문했다.
일본 임야청(산림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자국 내 인공림 면적 1020만ha 중 44%를 삼나무가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엔 가격 경쟁력이 높은 해외 목재가 해외에서 대거 수입되면서 목재용 삼나무 벌채가 대폭 줄어든데다 높이 자란 삼나무가 숲에 그림자를 드리워 생태계 다양성을 떨어뜨리는 문제를 낳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매년 봄철마다 비염·눈질환 등을 동반한 알레르기다. 일본이비인후과학회지에 실린 한 논문에 따르면 일본 내 화분증 환자 비율이 1998년 19.6%에서 2019년 42.5%로 늘었다는 추정이 나왔다. 일본의 생명보험회사인 다이이치 생명은 꽃가루로 인한 외출감소, 소비둔화, 보건의료비 증가 등으로 인한 올 1~3월 실질 가계소비 감소액이 3800억엔(3조4238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삼나무가 많은 제주지역에서 1~3월까지 꽃가루가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도 제주지역 인공조림지의 삼나무 간벌작업과 감귤과수원 삼나무 방풍림 제거작업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한라산국립공원 인근 국유림 69㏊ 가운데 2㏊의 삼나무를 모두 제거하고, 나머지 67㏊에 대해서는 간벌작업을 한다. 또한 공유림과 사유림 108㏊에 대해서는 숲 가꾸기 차원에서 삼나무를 솎아내고 있다.
한편 삼나무와 같은 측백나무과에 속한 편백나무에 대해서도 걱정해야 할까. 국내에선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산림청은 지난 2019년 낸 설명자료를 통해 “일본은 편백의 자생지로, 생육범위가 넓고 조림면적도 260만㏊로 전체 조림면적의 25%를 차지하는 만큼, 화분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하지만 일본에서도 화분증의 90%는 삼나무가 주원인이며, 편백의 피해는 미미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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