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기의 양궁 농구가 기대되는 이유

김종수 2023. 10. 13.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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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A는 짧은 시간 동안 급격한 발전을 이룬 스포츠 종목 중 하나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종격투기’라는 명칭이 주로 쓰였다. 스트라이커, 레슬러, 주짓떼로 등 특정 영역의 주무기를 가진 선수들이 나와 각자의 특기로 싸웠기 때문이다. 간혹 에밀리아넨코 표도르, 안토니오 호제리오 노게이라 등처럼 스탠딩, 그라운드에서 고르게 잘 싸우는 선수들이 변종으로 취급받을 정도였다.


이후 수련인구가 늘고 대회가 많아지면서 ‘종합격투기’의 시대가 열렸다. 레슬링을 베이스로 하면서도 복싱을 주무기로 앞세우고, 타격가 이상으로 킥복싱에 능한 주짓떼로 등 상황에 맞게 전장을 옮겨 다니며 싸우는 파이팅 스타일이 대세로 떠올랐다. 타격가들 또한 더 이상 넘어지면 끝인 존재가 아니었다. 그라운드로 끌려간 상태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서브미션으로 그래플러를 잡아내는 장면도 이제는 종종 볼 수 있다.


더불어 ‘볼륨타격’이라는 말도 자주 쓰인다. 과거에는 스탠딩 타격전시 한방으로 승부를 보려는 경향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서두르지 않고 지속적으로 잔타격을 내면서 점수를 따거나 데미지를 누적시킨 후 빈틈을 만들어 마무리 짓는 패턴이 선호되는 분위기다. 워낙 전략 전술이 발전하고 있는 추세에서 끊임없는 수 싸움과 효율이 강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축구같은 경우 전 세계인의 스포츠답게 전략 전술의 폭이 아주 깊다. 빗장수비, 닥공, 역습축구 등 각팀마다 혹은 국가별로 고유의 다양한 색깔이 존재한다. 그런 가운데 볼륨을 중시하는 전술 역시 늘어가는 추세다. 점유율을 중시하는 스페인의 티키타카가 대표적이다.


볼륨에 대한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농구도 마찬가지다. 어디에 시선을 두느냐에 따라 관점이 달라질 수도 있겠으나 NBA에서 대세가 된 스페이싱, 외곽농구도 흐름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완성작은 아니지만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일본대표팀이 수준급의 양궁농구를 선보이며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다.


국내 농구도 세계무대의 흐름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빅맨도 외곽슛을 갖추고 속공시 함께 달려주는 추세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각자 자신의 포지션만 사수하는 것이 아닌 상황에 따라서는 다른 역할도 어느 정도 할 수 있어야 생존이 가능해졌다. 물론 여전히 클래식한 농구를 펼치는 리그나 국가도 적지 않다. 꼭 NBA 트랜드를 따라가야 만이 볼륨농구, 현대농구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실망스런 성적을 거둔 이후 팬과 농구인들 사이에서는 발전하지 못한 전략 전술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일본같은 경우 선수들의 성장과 더불어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색깔의 농구를 꾸준히 연구하고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반면 우리는 상대적으로 뒤처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꼭 어떤 전략 전술이 우월하다는 정답은 없다. 팀원이나 상황에 맞게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 볼륨농구의 기본이다. 팀별로 다양한 농구가 펼쳐지고 서로간에 실전을 통해 부딪혀보면서 발전하는 것이 제일 좋다. 그렇게 리그가 발전하고 거기에서 나온 힘은 곧 국가대표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김승기 감독이 이끄는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는 주목할만한 요소가 많다. 외곽슛의 비중을 최대한 높여 플레이하는 확실한 양궁 농구의 색깔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농구에 관심이 적은 일반 팬들의 경우 양궁 농구하면 그저 외곽에서 슛을 던지는 비중이 높은 농구를 뜻하는 것으로 알기 쉽다.


꼭 틀린 만은 아니다. 실제로 과거 한국농구는 클래식한 농구를 펼치던 시절에도 3점슛의 비중이 적지 않았고 이를 3점 농구 혹은 양궁농구로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의 양궁농구는 조금 다르다. 과거에는 골밑에서 경쟁력이 떨어져 어쩔 수 없이 외곽슛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더 효율적인 전략 차원에서 발전되어 쓰이는 모습이다.


외곽슛을 자주 던지고 성공률까지 나쁘지 않게 나오면 상대 팀에서는 어쩔 수 없이 수비 범위를 넓힐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될 경우 이번에는 역으로 넓어진 공간을 돌파나 컷인플레이 등으로 공략한다. 림어택에 신경을 쓴다 싶으면 그 빈틈에서 다시 외곽슛이 터진다. 그러한 공격이 반복적으로 이뤄지며 템포까지 빨라지면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정신을 차리기가 쉽지 않다.


요지는 빠른 공격이다. 공간을 넓게 쓰며 상대가 진열을 가다듬기 전에 공격을 성공시키고 반대로 수비시에는 악착같이 달라붙어 최대한 상대의 공격 템포를 늦춰지게 만든다. 2000년대 초반 김태환 감독이 이끌던 시절의 LG가 그랬다. 현대의 스페이싱 농구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쉴새없이 3점슛을 시도하고 림을 향해 달리는 등 공격적인 농구를 통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조성원, 조우현, 에릭 이버츠로 이어지는 ‘조조이’트리오에 식스맨 이정래까지 가세하며 고득점을 만들어내던 모습은 지금까지도 회자될 정도다. 그러한 LG를 향해 외부에서는 3점슛 농구라고 불렸는데 정작 당사자인 김태환 감독과 조우현 등은 이후 인터뷰 등을 통해 “3점슛은 여러 가지 옵션중 하나일 뿐이고 빠른 농구가 주전술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소노는 당시 LG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일단 김승기 감독은 팀컬러에 대해 빠른 농구보다는 양궁농구라는 표현을 주로 쓴다. 리그 최고의 슈터 전성현(32‧188.6cm)을 필두로 대부분의 선수가 찬스가 오면 망설이지 않고 3점슛을 던지라고 말한다. 들어가든 안 들어가든 그렇게 함으로서 상대 수비를 넓게 분산시키기 위함이다.


그렇게 생긴 넓은 공간은 이정현(24‧187cm)혹은 외국인선수가 파고든다. 밸런스가 잘 잡힌 탄탄한 몸에 자신만의 확실한 시그니처 무브를 갖춘 이정현은 페이스업에 더해 포스트업까지 다양하게 구사하며 상대 수비를 휘저으며 림어택을 성공시킨다. 혹은 수비가 몰린 사이 생긴 외곽 빈 공간에 킥아웃 패스를 넣거나 달려들어 오는 동료와 컷인플레이를 합작하기도 한다.


김강선(37‧190cm)과 김진유(29‧188cm)는 수비 등 궂은일에 집중하다가 내외곽에서 지원사격을 펼치며 한호빈(32‧180cm)은 볼 흐름이 빡빡할 때 풀어주는 역할을 주로 맡는다. 현재 소노는 선수층이 넓지 않은 관계로 김승기 감독이 추구하는 완성형 양궁 농구를 펼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변화를 위한 끝없는 노력과 자신만의 확실한 색깔에는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더불어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농구가 리그에 뿌리를 내린다면 전술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는 평가다. 김승기의 양궁 농구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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