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적신호’ 의식한 대통령실, 소통·협치 절충점 모색할 듯 [與 보선 참패 후폭풍]

이현미 2023. 10. 13.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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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기조 변화·쇄신 전망
일부 참모진 개편·추가 개각 등 움직임
한 총리 교체·한 법무 파면은 선 그어
與, 지도부 책임론 놓고 당내 내홍 가열
홍준표 “화장한다고 얼굴 바뀌나” 비판
안철수 “金대표 역할 이제부터가 중요”
김기현, 긴급최고위 취소… 지도부 면담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를 기점으로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점진적인 변화를 추진할 전망이다. 대통령실에선 강서구가 전통적으로 야권 우세 지역인 만큼 패배 자체가 놀랍지는 않지만, 생각보다 격차가 커진 점에서 ‘적신호’라는 걸 인정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이 13일 “선거 결과에서 교훈을 찾아내 약으로 삼으라”는 취지의 주문을 한 만큼, 당뿐만 아니라 대통령실 내부적으로도 변화 방안을 놓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이날 일부 참모들과 만나 선거 패배를 기회로 변화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당을 중심으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을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라며 “더 구체적 말씀을 하시지 않은 것은 당이 중심이 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주문이 대대적 인적 쇄신이나 국정운영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점진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지혜로운 방안’ 마련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이 지적받아 온 인사 스타일과 소통, 협치 등에 있어 절충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비록 현 여권에 유리하지 않은 곳이지만 일부 지역 민심을 확인하게 된 만큼 국정 동력을 살리기 위해 지혜롭게 대처하자는 주문을 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내부 분위기는 변화가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참모들이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며 윤 대통령의 소신과 스타일을 거스르는 직언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분위기가 강했다. 앞으로는 ‘여권 위기론’을 바탕으로 한 내부 보고서 작성 등 조언이 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서구청장 선거만 해도 대통령실 내부에선 이를 엄중한 정치 이벤트로 보는 시각과 함께 “구청장 선거일 뿐”이라며 의미를 낮게 보는 일각의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이날 직접 ‘교훈을 찾으라’고 당부하며 선거 결과를 엄중하게 받아들이는 기류로 모두 바뀌었다.
강서구의 한 주민센터 대강당에서 마련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사전투표소에서 선관위 관계자가 투표용지 모형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대통령실 참모진 개편과 추가 개각 등 인적 개편의 폭과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은 일부 참모들에게 후임에 관한 의견 제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달부터 총선 출마를 희망하는 행정관급 직원이 대통령실을 떠나고 있는 가운데 총선 출마를 결심했다면 행동으로 옮길 것을 제안하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한덕수 국무총리 교체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 파면 등 야당의 과도한 공세에는 휘둘리지 않겠다는 입장은 공고하다.

국민의힘은 쇄신 방안 마련을 놓고 갈등하고 있다. 김기현 대표 등 지도부는 쇄신안의 내용과 수위를 놓고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김 대표가 특히 고민하는 지점은 사무총장, 부총장 등 ‘임명직 당직자’에 대한 교체를 쇄신안에 포함할지 여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지역·계파 안배 등을 통해 지도부가 일신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지만, 김 대표가 ‘꼬리 자르기’를 하는 것으로 비칠 우려도 있다.

김 대표는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 일정을 취소하고 윤재옥 원내대표와 박대출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와 개별 면담을 가졌다. 당초 김 대표가 이날 총선기획단 발족과 혁신위원회 구성, 인재영입위원회 출범 등의 쇄신안을 서둘러 발표해 위기론을 조기 진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지도부 내에서도 이견이 노출되자 더 숙고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쇄신안이 당내 공감을 얻지 못할 경우 지도부 책임론이 더 거세질 수 있어 신중을 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심각한 김기현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3일 서울 국회 당대표실로 출근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원래 예정됐던 긴급 최고위원회 일정을 취소하고 쇄신 방안 논의를 위한 당 지도부 개별 면담을 진행했다. 뉴시스
당내에서도 지도부 책임론을 놓고 엇갈린 의견이 분출하며 혼란상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얼굴 전체를 바꾸는 성형수술을 해야지 분바르고 화장한다고 그 얼굴이 달라지나”라며 “각종 참사에도 정치적으로 책임지는 사람 없고 당력을 총동원한 총선 바로미터 선거에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 내년 총선은 암담하다”고 했다.

반면 안철수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김 대표 체제 유지를 묻는 사회자 질문에 “형식은 중요치 않고 내용이 중요하다. 민심과 다른 결정이나 발언이 용산에서 나오면 올바로 지적하고 정확한 대안을 제시하는 일을 김 대표가 이제부터 해야 한다”고 김 대표 체제에 힘을 실었다.

오는 15일 열릴 긴급의원총회가 첫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지도부의 계획을 전달하고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것으로 보인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반적으로 이 시점에서 (보궐)선거 결과를 포함해서 당이 총선을 앞두고 어떤 준비를 해야 되고,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하는지 부분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모두 들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현미·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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