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프다 말해라”…‘피감기관’인데 ‘격려’ 이어진 소방청
21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오늘(13일)로 5일차를 맞았습니다. 통상 국감 자리에서 피감기관들은 국회의 지적을 받습니다. 여당보단 야당의 비판이 더 매섭습니다. 그런데 오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감 자리에선 여야 모두 격려성 질의가 이어졌습니다.
오늘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 대상 기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소방청 등이었습니다. 중앙선관위를 대상으로 한 질의에선 여야 간 날카로운 공방이 이어졌는데, 소방청 질의 시간에는 여야 모두 공방 대신 소방의 처우 개선에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 "방해 차량 강제처분 4건뿐".. "소방관들의 인식 존경"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은 소방차의 통행을 막는 차량에 대한 '강제처분' 조치가 미흡하다는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해당 기관의 의지를 탓할 법도 한데, 현장에선 쉽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정 의원은 "작년엔 4천 건 넘는 훈련을 했지만, 실제 강제처분은 4건뿐이었다. 차주에게 이동 조치를 요구하고, 책임자의 지시를 받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는 것"이라며 "불법주차 차주에게 차 빼달라고 전화하느라 소방차가 늦는다면 누가 이해하겠느냐. 매뉴얼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남화영 소방청장은 "행정기본법상 사전고지 의무가 있어 어려운 점이 있는데 법이 개정되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답하자, 정 의원은 "국회에 (토론회) 개최 요구도 하고, 사회 분위기 조성도 하는 등 해보셨으면 좋겠다"고 답했습니다.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훈 작가가 소방의날에 쓴 헌정문 '살려서 돌아오라, 살아서 돌아오라'를 읽은 뒤 질의를 시작했습니다. 최 의원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구조 골든타임'이 평등하지 않다는 점을 짚은 뒤, 오지에서 근무하는 소방관들의 처우 문제를 물었습니다.
남 청장은 오지에서 근무하면 근무 평가 시 가점을 부여하고 있다고 답했고, 최 의원은 예산과 인력의 지방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그러면서 "'인간에게 다가오는 인기척이 희망이다'라는 것에 대한 소방관들의 인식을 존경하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달라"며 질의를 마쳤습니다.
■ "중간 직급 신설 필요".. "국가직 전환에 맞는 예산 필요"
중간 직급을 만들어 사기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과 소방관이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 전환된 만큼 충분한 예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경찰과 비교해 소방의 중간 조직 직급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공무원은 일을 열심히 해서 승진하는 맛에 다니는 건데 인센티브가 없으면 주말과 야간에 나와서 일할 이유가 없다"면서 "일한 만큼 대우를 해줘야 조직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것이다. 중간 조직을 신설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직급 '슬림화' 대신 '신설'을 이야기한 건 이례적인데 남 청장은 "하고있다. 의원님께서 도와주시면…"이라고 웃어 보였습니다.
행안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의원도 "직급을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 재난 재해가 일어났을 때 그 컨트롤 타워는 소방본부장 아니냐"면서 "(소방청장이) 강하게 주장하면 저희도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거들었습니다.
같은 당 송재호 의원은 "소방관이 국가직으로 전환됐지만, 문제는 국가가 기본을 하는 게 아니라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송 의원은 "소방관들이 격무에 시달리고 있지만 주어진 연가는 못가는 수준이고, 야간 화재진압 구조구급 간식비를 주는데 3천 원 밖에 안 된다. 요즘 편의점에 가면 빵 하나에 2천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부상 당한 소방관의 치료비 및 장비구매비도 현저히 부족하다고 지적한 송 의원은 "소방관의 처우개선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보게 된다."면서 "우리(국회)들도 책임이 있다. 저도 물론 책임이 있다. 청장이 먼저 '배고프다' 이것을 강하게 말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 '오송참사 허위보고' 지적에는…"기록하는 사람의 착오"
격려성 질의가 많았지만, 충북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두고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참사 당시 긴급구조통제단이 가동된 시점이 허위 아니냐고 지적했고, 이에 남 청장은 "기록하는 사람의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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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성 기자 (ohwh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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