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기업 호흡기 떼나…'워크아웃 공백'에 줄도산 공포 엄습
부실징후기업 늘어나는데
최후의 ‘안전판’까지 사라져
법정관리는 정상화 가능성 낮아
금융위 자율협약 조치 ‘한계’
국회 신속한 재입법도 불투명
국내 항공기 부품 제조업체인 아스트는 지난 7월 유동성 부족으로 위기를 겪었다. 상환 기일에 신주인수권부사채(BW) 풋옵션 원금에 대응하지 못하면서다. 항공 수요가 회복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정상화 가능성이 작지 않았지만, 회생(법정관리) 절차를 밟으면 해외 수주계약이 파기되는 처지였다. 회사 관계자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면 사실상 회사 문을 닫아야 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채권자 75% 이상이 동의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아스트는 본격적인 정상화를 위한 채권단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다른 워크아웃 성공 사례도 많다. 중견 해운사인 흥아해운은 워크아웃 졸업 이듬해인 지난해 흑자 전환을 이뤄냈다.
하지만 워크아웃의 근거법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15일 효력을 다할 예정이어서 이런 사례가 나오긴 당분간 어려워졌다. 재입법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충분히 정상화할 수 있는 기업들의 도산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계기업 늘어나는데…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고금리·고물가 등 경기 여건 악화로 한계상황에 몰린 기업이 늘어나면서 기촉법 일몰과 관련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위험평가 결과 부실징후기업으로 분류된 업체는 185개로 전년(160개)보다 25개 증가했다. 중소기업 중 부실징후기업이 157곳에서 183곳으로 크게 늘었다.
이런 기업들이 벼랑 끝으로 몰렸을 때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은 이제 회생밖에 없다. 회생과 비교해 워크아웃제도는 장점이 많다. 회생 절차는 수주계약의 해지 사유에 해당하고, 신용장 거래 중단으로 자금줄이 막히는 등 기업에 ‘낙인효과’가 생긴다. 하지만 워크아웃은 채권자의 신규 자금 지원이 이뤄지고 기업의 상거래 채권을 보호해주기 때문에 영업력이 유지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워크아웃의 성공률은 34.1%로 회생 절차(12.1%)에 비해 훨씬 높았다. 정상화에 걸리는 기간도 워크아웃이 3.5년으로 통상 10년 걸리는 회생보다 짧았다.
○자율협약 추진할 듯
금융위는 일몰에 따른 임시 조치로 금융권이 모두 참여하는 자율협약을 추진할 방침이다. 자율협약이 제정되더라도 한계는 뚜렷하다. 기촉법 적용 대상인 채권금융회사 이외의 채권자는 협약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대부업체, 협동조합 등도 대상에서 빠진다.
아스트 역시 기촉법이 일몰돼 자율협약만 있었다면 일부 채권자의 반대로 회생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과거에도 비슷한 이유로 정상화에 실패한 기업이 있었다. 휴대폰 액정 생산업체 현대LCD는 기촉법이 일몰된 2006년 자율협약을 추진했지만, 제2금융권 2곳이 120억원 규모 채권을 회수하면서 그해 7월 최종 부도 처리됐다. 한때 대기업으로 분류됐던 현대LCD는 회생 절차에 들어간 뒤 중소업체에 일부 자산이 양도됐고, 결국 청산됐다.
○“재입법은 미지수”
기촉법은 지금까지 네 차례 일몰과 재입법을 거쳤다. 앞으로 기촉법의 재입법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기촉법의 일몰 연장은 법안 개정의 ‘1차 관문’인 국회 정무위원회 소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정무위 제1법안심사소위는 7월 여야 간사가 각각 발의한 기촉법 일몰 연장 법안을 심사했지만 일부 야당 의원이 법원행정처 등의 반대 의견 및 현행 법정관리제도와의 충돌 문제를 지적하면서 처리하지 못했다.
소위원회는 이후 2개월 동안 열리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야당의 민주화유공자법 단독 처리에 반발해 회의 일정을 전면 거부하면서다. 이 기간에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안 심사를 요청했지만 심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 워크아웃(workout)
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 부실기업의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금융권이 합의해 여신 회수를 미루고 구조조정을 실시한다. 기업은 채권금융회사 관리를 받으면서 채권 상환 유예 등을 포함한 부도 유예 조치와 협조융자, 출자전환 등을 진행한다. 은행들은 자금을 추가로 지원한다.
최한종/전범진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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