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사다리 추락사’ 아파트 관리업체 대표 집행유예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아파트 관리업체 대표가 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공동주택 관리업체 대표가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북부지법 형사5단독 이석재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공동주택 관리업체 A사 대표 정모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된 관리소장 배모씨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A사 법인에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를 관리하는 A사에서 기계전기반 설비과장으로 일하던 B씨는 지난해 4월15일 아파트 현관 앞 천장에서 누수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사다리에 올라 보수작업을 하던 중 1.5m 높이에서 떨어진 뒤 사망했다. B씨는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채 사다리에 올랐고 관리소장 배씨는 이를 목격했지만 안전모 착용을 지시하지 않았다. 검찰은 관리업체 대표 정씨를 중대재해법 위반(산업재해치사) 혐의로, 관리소장 배씨는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지난 6월 기소했다. 아파트 관리업체 대표가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첫 사례였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의무 위반으로 피해자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며 “사업장 종사자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로 반복되는 중대 산업재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피고인들에게 결과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해자의 좋지 못한 건강 상태도 (사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유족이 선처를 탄원했다는 점, 피고인들이 모두 잘못을 인정하고 사고 후 안전보건 관리 체계 구축을 정비했다는 점 등도 참작됐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는 안전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방침 마련, 사업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 업무평가 기준 마련 등과 같은 안전보건 조치를 해야 한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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