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원전 5기 분량’ 전기, 보낼 방법 없어서 못써…電맥경화 걸린 한국

이진한 기자(mystic2j@mk.co.kr) 2023. 10. 1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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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 등 발전설비 확충에 치우쳐
망 구축에 소홀히하던 결과 부작용 나타나
전체 발전용량 26%가량 발전에 제약 걸려

◆ 위기의 전력망 ◆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별관에 전력수급현황이 안내되고 있다.2023.10.13 [이승환 기자]
전국 각지에서 생산한 전기를 필요한 곳에 공급할 전력망을 제대로 갖추질 못해 올해에만 원전 다섯기 이상 분량의 전기 생산능력을 놀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때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확충에만 치우쳐 송배전망 구축은 소홀히했던 결과가 부작용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전력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동해안 지역 354㎸(킬로볼트) 이상 발전기의 전체 발전용량 15.5GW(기가와트) 중 3.9~4.1GW에 대해 발전제약이 이뤄질 전망이다. 발전제약은 전력시장에서 발전기의 운전여부를 제한하는 행위를 통칭한다. 현재 송배전 전력망에서 전력이 과다 생산될 경우 대규모 정전 사태인 ‘블랙아웃’이 발생할 수 있어 원자력발전을 비롯한 주요 발전소의 발전량을 줄이는 것(감발)도 포함한다.

같은 기간 서해안 지역 354㎸ 이상 발전기는 발전용량 12.9GW 중 2.4~3.4GW가 발전계약에 걸릴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발전용량 28.4GW 중 최대 7.5GW(26.4%) 가량에 발전제약이 걸리는 꼴이다. 이는 설비용량이 1400㎿(메가와트) 급인 신한울 1호기를 기준으로 봤을 때 원전 5기 이상에 해당하는 발전량이다.

월성 1호기 [사진 = 연합뉴스]
발전제약량은 재생에너지처럼 낮은 용량의 발전 설비를 포함할 경우 더 커진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전력생산량이 달라져 변수가 더 많은 데다, 봄·가을철 같은 경부하기에는 전력수요도 적어 발전량은 늘어나는데 사용할 곳이 없는 ‘역전현상’이 발생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발전제약 대상도 전력생산단가가 싼 원전이 우선으로 꼽혀 경제성 문제도 발생한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확대 여파로 지난해 원자력발전 분야에서 계획 출력보다 낮게 발전을 한 사례는 21회, 올해는 5월에 벌써 23회를 기록해 역대 최다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전력망 확충이다. 원전·화력 발전소가 동·서해안처럼 특정지역에 치중돼 있어 전력융통 채널을 확보해 지역간 전력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다만 200조원이 넘는 누적부채에 시달리는 한전 재무 상황이 변수다.

양금희 의원은 “첨단산업 분야의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양질의 전력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도록 전력망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며 “한전은 뼈를 깎는 자구책을 발표해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얻고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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