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국감] 여야 '선관위 해킹' 공방…'부정선거' vs '정치공세'
野 '사전투표 폐지론' 차단…선관위는 '중립'
전문가 "폐지 여론 어려워"…'신뢰 필요' 의견도
[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여야가 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근 국정원의 '선관위 해킹 취약' 발표를 두고 충돌했다. 여당은 부정선거 가능성을 내세워 보안 강화와 노태악 선관위원장 사퇴 등을 촉구한 반면, 민주당은 '해킹 취약' 논란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관련된 정치공세라고 맞섰다.
여권 일각에서 해킹 논란을 계기로 '사전투표 폐지론'도 주장하는 가운데 역풍을 우려하는 반응도 감지된다.
◇노태악 "국민께 큰 실망드려 송구"…사퇴는 일축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국정원과의 합동 컨설팅(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선거관리 시스템에 대한 최선의 보완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최근 미흡한 보안과 고위직 자녀 특혜채용 의혹 등으로 국민께 큰 실망을 드렸다. 위원장으로서 송구하다"고 밝혔다.
앞서 국정원은 지난 10일 선관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의 합동 점검 결과를 발표하며 선관위 투·개표 시스템 등에 다수의 해킹 취약점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선관위 '통합 선거인 명부 시스템' 등의 부실로 △사전투표 참여 인원 변경 △사전투표 날인(도장) 파일 유출 △투표용지 중복 인쇄 가능 등의 투표 조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실제 해킹이 적발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으나, 국민의힘은 선관위 부실 운영과 함께 '부정선거 우려'를 주장하고 있다. 여당은 전날(12일) 관련 대응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 해킹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도 했다.
여당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대상으로 '선관위 해킹 취약' 논란을 집중 비판했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국회부의장)은 노 위원장에게 "가족 채용(특혜채용 의혹)에 이어 허술한 시스템, 투·개표 부실 문제 등 선관위가 총체적 부실에 빠져 있다"며 노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같은 당 조은희 의원도 북한·중국 등의 해킹 가능성을 주장하며 대응방안 마련과 노 위원장의 거취 표명 등을 요구했다.
노 위원장은 여당의 사퇴 요구에 "자리에 연연하거나 책임 회피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사퇴한다고 바로 잡힌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일축했다. 한편 정우택 의원이 선관위원장의 상근직 전환을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답하기도 했다. 현재 선관위는 관례로 현직 대법관을 중앙선관위원장에, 각 지방법원장을 시도선관위원장에 비상근직으로 선임하고 있다.
◇野 "보궐 직전 발표…국정원 정치개입 의심"
한편 야당 행안위원들은 여당의 '선관위 해킹 우려' 주장이 선관위에 대한 독립성 침해이자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전후한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야당 간사인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국정원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하루 앞두고(10일) '선관위 보안 취약' 보도자료를 냈는데 다시 정치에 개입하려는 것 아닌가 의심된다"고 했다. 아울러 사전투표 폐지 주장과 관련해서는 과거 민경욱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의 '사전투표 무효 소송' 사례를 거론하며 "일부 정치권 등이 순기능을 하는 사전투표제를 폐지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려는 음모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노 위원장은 "사전투표는 예전 부재자 투표 이후 국회 입법과 정해진 법률에 따라 시행하고 있다"며 폐지와 관련해 중립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만 관련 보안 대책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관위는 현재 사전투표 보안과 관련해 △사전투표함 보관장소 폐쇄회로(CCTV) 설치 △실시간 CCTV 공개 등의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 '극우 이미지' 염려…"선관위 신뢰 높여야" 지적도
여당은 지난 10일 국정원 발표 직후부터 '선관위 해킹 논란'을 부각하는 데 집중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감대책회의에서도 "신성한 주권이 왜곡·조작될 수 있다는 사실에 모두 충격받았다"며 "부정선거의 가능성을 1%도 남기지 않을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해킹 논란'을 '사전투표 폐지론'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11일 "신뢰성을 갖출 수 없다면, 기존 선거제도의 변화까지 검토될 수밖에 없다"며 사전투표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전날(12일) "공식적으로 논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사전투표제는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최초 실시돼 올해로 시행 9년차를 맞고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날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사전투표가 도입된 지 이미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제도가 안정화되고 국민의 선호도도 높은 상황에서 여권 일각 '폐지 주장'이 여론을 주도하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해킹 취약 논란'을 계기로 '대선 사전투표 부실관리(소쿠리 투표)', '자녀 특혜채용 의혹' 등 잇따른 선관위 관련 문제를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선관위가 잇따른 논란과 기강해이로 여당은 물론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 점이 분명히 있다"며 "선관위 스스로가 정치적 신뢰를 높이려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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