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 동전 충무공 영정 소유권? 법원 "150만원 주고 산 한국은행"

작화자 장우성 화백 아들이 청구한 소송
1심 "화폐도안 영정 소유권 한국은행에"

이순신 장군의 동전. 한국일보 자료사진.

100원 동전에 사용되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초상화를 그린 고(故) 장우성 화백의 유족이 한국은행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6단독 조진용 판사는 13일 장 화백 아들인 장학구 이천시립 월전미술관장이 한은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화폐 도안용 영정 저작권은 한은에 귀속됐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장 화백은 1953년 충무공기념사업회 의뢰로 충무공 표준영정을 제작했고, 1975년에는 안면부가 강조되도록 화폐 도안용 영정을 그려 한은에 제공했다. 당시 한은은 장 화백에게 영정 사용 대가로 150만 원을 지급했다. 후손인 장 관장은 2021년 10월 "한은이 장 화백과 명시적으로 이용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음에도, 500원권 지폐(1982년까지 발행)에 표준영정을 사용하고 100원 동전에 화폐도안용 영정을 사용했다"며 저작권 침해에 따른 배상금 1억 원을 청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장 관장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우선 표준영정의 경우 의용저작권법(일본 저작권법을 적용한 법률) 1조에 따라 복제권을 비롯한 저작권 일체가 장 화백에 있다고 봤다. 그러나 "원고(장 관장)는 한은이 500원권 지폐에 표준영정을 사용했다고만 주장할 뿐, 그로 인해 원고가 입은 손해 등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주장하거나 입증하지 않았다"며 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00원 동전에 사용된 화폐도안용 영정의 경우 법원은 저작권이 한은에 있다고 결론내렸다. 재판부는 "화폐도안용 충무공 영정의 저작권은 구 저작권법 13조에 따라 촉탁자(일을 맡긴 자)인 한은에 있다"며 "장 화백이 당시 150만 원을 지급받은 사실이 인정됨에 따라 소유권 역시 원고에게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장 관장은 선친인 장 화백을 둘러싼 친일 논란에도 강하게 유감을 표시해왔다. 이 때문에 장 화백이 이기면 영정 반환을 요구해 100원 동전 디자인이 바뀔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기도 했다. 한은 관계자는 선고 직후 "재판부 판결을 존중한다"며 "판결 내용을 참고해 앞으로 국민들이 화폐를 신뢰하고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정원 기자 hanak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