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과학도 현대철학도 인간성 설명하기엔 '부족'

김지영 기자 2023. 10. 13.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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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에게 인간은 생물학적 법칙의 지배를 받는 동물이다.

저자는 책에서 과학이 인간과 동물 사이의 간극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인간이 스스로 '나'를 어떻게 느끼는지, 누군가를 마주할 때 어떤 도덕적 감정을 느끼는지 등은 유전자, 호르몬 등을 넘어 인격을 이해해야만 설명될 수 있다.

과학 원리로는 인간이 웃는 진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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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질(로저 스크루턴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서울경제]

과학자들에게 인간은 생물학적 법칙의 지배를 받는 동물이다. 유전자가 인간의 육체, 정신까지 영향을 미치고 생물학적 욕구에 따라 행동한다. 인간을 침팬지나 늑대와 같은 연장선 상에 봄에 따라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오고 기술이 발전했다. 그러나 과학 만능주의적 시각이 인간의 본질을 잃게 만들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신간 ‘인간의 본질’은 이같은 주장을 담아 인간성과 도덕에 대해 조명한 책이다. 저자는 로저 스크루턴으로 영국을 대표하는 철학자로 평가 받는다. 책은 저자가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진행한 강의에 현장감을 살려 출판됐다.

저자는 책에서 과학이 인간과 동물 사이의 간극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인간은 개인마다 고유의 본질인 인격체를 갖고 있어 동물과 다르다는 것이다. 인간이 스스로 ‘나’를 어떻게 느끼는지, 누군가를 마주할 때 어떤 도덕적 감정을 느끼는지 등은 유전자, 호르몬 등을 넘어 인격을 이해해야만 설명될 수 있다.

이를 입증하는 사례로 저자는 웃음을 꼽았다. 과학 원리로는 인간이 웃는 진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저자는 “웃음을 설명하려면 우리가 타자에 대해 판단을 내릴 때 관여하는 사고의 흐름에 대해 설명해야만 한다”며 “이상과 현실이 충돌할 때 느끼는 쾌감, 쾌락이 지니고 있는 모종의 사회적 지향성에 대해서도 설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발달된 두뇌 인지 소프트웨어, 유전학 정보 등으로 이같은 설명을 시도할 수는 있으나 정보가 충분치 않아 추측에 불과할 뿐이라고 분석한다.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대 윤리 철학 역시 충분하지 않다. 저자에 따르면 현대 철학은 ‘트롤리 문제’에서 볼 수 있듯이 인간의 도덕적 판단을 계산의 문제로 축소해서 보기 때문이다. 트롤리 문제란 브레이크가 고장난 트롤리 기차 앞에 한쪽에는 5명의 인부가 다른 한쪽에는 한 명의 인부가 일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차의 방향을 어느 쪽으로 바꿀 것인지 묻는다.

저자는 이 딜레마가 다수를 구하기 위해 소수를 희생해야 하는지를 따지는 것으로, 인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러한 사례들은 우리가 실제로 마주치는 도덕적 딜레마와 완전히 다른 것”이라며 “트롤리 문제의 세계 속에서라면 버틸 수도 있겠지만 인격과 인격이 만나는 현실로부터 괴리된 채 존재하며 수학적 고찰에 의존하게 된다”고 꼬집는다. 2만 2000원.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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