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좋은 학교는 따로 있다?···"교실은 평등하다"

서지혜 기자 2023. 10. 1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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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군지와 비학군지 아이들의 학습 태도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대한민국의 많은 학부모들이 마치 종교처럼 믿고 있는 문장이다.

미국에서도 '학교는 불평등'하고, '명문학교 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한다'는 편견이 학부모들을 지배하고 있다.

옮긴이들은 이를 근거로 한국 학교가 미국 학교에 비해 더욱 학생간 학습 불평등을 완화하는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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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재발견(더글러스 다우니 지음, 동아시아 펴냄)
학군지 학생이 공부 잘한다고 맹신
입학전 가정환경 차이·사교육 등
교육 격차는 학교밖 원인이 더 커
코로나때 하위계층 학력저하 심화
"학교는 불평등 완화하는 곳" 주장
앞으로 교육이 나아갈 길 되짚어
[서울경제]
사진제공=동아시아(셔터스톡)
사진제공=동아시아(셔터스톡)

“학군지와 비학군지 아이들의 학습 태도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대한민국의 많은 학부모들이 마치 종교처럼 믿고 있는 문장이다. 서울 강남이나 목동 등 소위 ‘학군지’ 학교 아이들은 비학군지 아이들에 비해 선행학습이 되어 있고 착석(의자에 앉아 있는 행위)도 잘 된다’, ‘아이들의 학습 태도가 좋으니 수업 진행도 더 수월하다’, ‘선생님들도 학군지에서 강의할 때와 비학군지에서 강의할 때 마음가짐이 다르다’ 등의 사례는 마치 모든 어린이·청소년들을 설명할 수 있다는 듯 잘난체하며 육아 커뮤니티, 부동산 커뮤니티를 떠돈다.

결국 학군지 아이들이 더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 당연하다며, 온 가족이 큰 빚을 내고 학군지로 이사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오늘날 지방의 일부 학교는 폐교를 고려하는 시점에 서울 강남 8학군은 과밀학급을 우려하고 있는 이유다. 그리고 이는 한국만의 현실은 아니다. 미국에서도 ‘학교는 불평등’하고, ‘명문학교 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한다’는 편견이 학부모들을 지배하고 있다.

미국 교육사회학자 더글러스 다우니의 저서 ‘학교의 재발견: 학교가 불평등의 주범이라는 착각’은 이같은 기존 학부모들의 편견에 반기를 든다. 이 책은 “학교는 불평등하지 않고, 사실은 평등을 촉진한다”고 주장한다. 보통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역량을 평가할 때는 서로 다른 학교 아이들의 학습 과정을 분석한다. 하지만 이런 분석 방식은 문제가 있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 학생이 이미 갖고 있던 불평등의 문제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자의 연구에 따르면 고소득 가정 아이들과 저소득 가정 아이들이 동일한 학교에서 교육을 받았을 때는 학업성취도의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학교는 오히려 주어진 가정환경으로 인한 불평등을 완화하는 곳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주장은 학교가 없는 상황을 분석할 때 더욱 명확해진다. 코로나19 당시 전세계의 많은 학교가 문을 닫았다. ‘학교의 부재’가 발생한 것. 학교가 문을 닫고 교육 공백이 커지면서 하위계층, 빈곤층 아이들의 인지적·사회적 발달이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는 미국 뿐 우리나라에서도 부각된 사회문제다. 고소득층 아이들은 사교육을 통해 학교의 부재를 메웠기 때문에 교육 양극화는 이전보다 더 심해졌다.

물론 매우 유사하긴 하지만 책을 읽는 한국 독자들이 미국의 사례를 곧바로 한국 현실에 적용할 수는 없다. 책을 번역한 최성수·임영신은 ‘옮긴이 해제’를 통해 ‘학군지 학교 맹신론’에 빠진 한국 학부모들이 알아야 할 몇 가지 사실을 말한다.

우선 한국의 학교는 미국보다 훨씬 더 표준화 돼 있다. 아이러니하지만 한국 교육은 국가에 의해 강력하게 관리돼 왔기 때문에 교과 과정이 학교별로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나아가 한국의 고등학교 졸업 비율은 세계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옮긴이들은 이를 근거로 한국 학교가 미국 학교에 비해 더욱 학생간 학습 불평등을 완화하는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과도한 사교육으로 인해 학교 밖에서 보내는 방식이 일정 부분 평준화 되어 있다”는 옮긴이들의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사교육의 양과 질은 분명 학군지와 비학군지 사이에 명백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오히려 학교보다 사교육이 학생간 불평등을 촉진하는 요인이며, 이로 인해 정상적인 공교육을 수행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런에도 “학교 밖에서 발생한 학습 격차를 학교에서 다시 완화할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오늘날 한국 현실에서도 유의미하다. 사교육이 만든 교육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공교육과 공교육을 포함한 사회가 중지를 모아야 할 때다. 1만8000원.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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