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 동전 속 이순신 영정’ 저작권은 ‘한국은행’

100원 동전에 사용되는 이순신 장군의 영정의 저작권은 한국은행에 있다는 1심 법원 판결이 나왔다.

100원짜리 동전에 새겨진 이순신 장군 영정.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민사216단독 조진용 판사는 13일 표준영정 작가인 고(故) 장우성 화백의 상속인인 장모씨가 한국은행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장 화백은 1953년 충무공기념사업회의 의뢰를 받아 이순신 장군의 표준영정을 제작한 인물이다. 이 영정은 1973년 대한민국 1호 표준영정으로 지정됐다. 이후 장 화백은 1975년 문화공보부가 의뢰로 제작한 화폐 도안용 영정을 한국은행에 제공했다.

장씨는 1973년부터 사용된 500원권 화폐에 표준영정이 사용됐고, 1983년부터 현재까지 사용되는 100원 동전에 화폐 도안용 영정이 사용돼 장 화백의 저작권이 침해됐다며 2021년 10월 배상금 1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장 화백과 한국은행 간 화폐 도안용 영정 계약을 맺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소유권과 저작권 모두 한국은행에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구 저작권법에 의해 촉탁자인 한국은행에 저작권이 원칙적으로 귀속된다”며 “소유권 역시 장 화백이 당시 제작물공급계약을 맺고 대금 150만원을 지급받은 만큼 장씨에게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한 장 화백이 만든 이순신 장군의 표준영정을 한국은행이 복제해 손해를 입었다는 장씨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표준영정의 복제권 등 저작권 일체는 의용저작권법(일본 저작권법을 적용한 법률)에 따라 장 화백에게 원칙적으로 귀속된다”고 했다. 다만 “장씨는 한국은행이 표준영정을 사용했다고 주장할 뿐 이에 따라 자신이 본 손해나 한국은행이 본 이익에 대해 구체적으로 주장·입증하지 않아 복제권 침해로 손해를 봤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