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서울교육청, 대입개편안 놓고 충돌
고교학점제 취지 훼손 우려"
내신·수능 절대평가 전환 주장
교육부 "현실 무시한 이상론"
현장서도 교사 의견 엇갈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에 대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또 내신·대학수학능력시험의 절대평가 전환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등에서는 "교육 현실을 무시한 이상론적 비판"이라는 반론이 나온다.
13일 서울시교육청은 교육부의 대입 개편 시안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고교학점제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대입만 바라보는 경쟁교육의 고리를 끊고자 하는 고민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교육부는 지난 10일 발표한 대입제도 개편 시안을 통해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는 2025년부터 9등급 내신 상대평가를 5등급으로 전환하되 이를 고등학교 전 학년으로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또 올해 중학교 2학년이 수능을 치르는 2028학년도부터 외국어를 제외한 모든 영역에 공통과목을 도입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수능 선택과목 체계를 통합형 과목 체계로 바꿔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를 완화하고, 고교 내신성적 산출 방식을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축소해 과도한 내신 경쟁을 일부 해소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대학입시만을 향한 경쟁교육의 고리를 끊기 위한 고민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상대평가가 남아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했다. 고등학교 내신에서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함께 적는 것은 절대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성취평가제를 무력화하고, 진로 적성과 상관없이 내신에 유리한 다인수 과목을 선택해 고교학점제 취지를 크게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고교학점제는 대학과 비슷하게 각 학생이 필요한 과목을 선택해 듣고 일정 기준에 누적 학점이 도달하면 졸업을 인정받는 제도로 2025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수능 개편안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서울시교육청은 수능의 절대평가 전환 확대가 이뤄지지 않아 학교 교육에 대한 영향력이 지속되고, 이는 문제풀이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고교 교육 혁신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과 서울시교육청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고등학교 내신에 상대평가를 병기하지 않은 절대평가를 도입해야 온전한 고교학점제 시행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 지금과 같이 자율형사립고·특수목적고 체제에서 우려되는 고교 서열화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바람직한 교육의 이상과 입시라는 현실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할지 고민한 끝에 나온 절충안"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2021년 문재인 정부는 고교학점제 도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1학년이 주로 배우는 공통과목은 9등급 상대평가를 하고, 2·3학년이 주로 배우는 심화 선택과목은 5등급 절대평가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1 학생들 사이에서 내신 경쟁과 사교육이 과열되고, 2·3학년은 '내신 부풀리기'로 대입 변별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내신 변별력을 높이되 과열 경쟁을 막겠다는 취지로 등급제는 완화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절대평가만으로 대입의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일종의 이상론"이라고 서울교육청 주장을 반박했다.
이승민 동북고등학교 교사는 "교사들 사이에서도 고교학점제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전면 절대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내신 변별력을 위해 상대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익 기자 /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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