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면]19년간 이긴 적이 없어요...'꼴찌' FIFA 랭킹 207위 맞혀 보세요?

오광춘 기자 2023. 10. 13.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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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승자의 서사로 채워집니다. 승자의 언어가 빛을 발하죠. 누군가를 잠재우고, 물리치고, 꺾고, 무릎 꿇리고, 심지어는 격파하고 부수기까지. 곱씹어 보면 무시무시한 말들이 스포츠 기사의 대부분을 장식합니다.
산마리노는 축구의 세계에서 '동네북'입니다. 2004년 이후 이긴 적이 없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

FIFA랭킹 1위는 아르헨티나! 그렇다면 207위는?


오늘의 뉴스 역시 아르헨티나 메시가 먼저 보였습니다. 파라과이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되고도 아름답게 휘어지는 코너킥으로, 수비벽을 가볍게 피하는 프리킥으로 골대를 두 번이나 맞혔다는 이야기, 골을 안넣어도 주어는 메시였습니다. 노르웨이의 홀란이 키프로스전에서 두 골을 몰아친 이야기도 빠질 수 없었죠. 브라질의 승리를 멈춰 세운 베네수엘라 베요의 오버헤드킥 동점 골 정도가 이변의 장면으로 꼽히겠죠.
FIFA랭킹 1위는 아르헨티나죠. 최하위 207위는 어느 나라일까요? (사진=AFP연합뉴스)

싸웠다면 매번 진다...산마리노는 무엇을 위해 뛰나


이런 차원으로 바라보면 유럽의 작은 나라 산마리노는 축구 뉴스에 등장할 수가 없습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최하위 207위, 승리의 기록을 찾아보기 어려운 팀이니까요. 영국 언론 BBC와 미국 언론 ESPN은 14일(현지시각) 북아일랜드와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예선을 치르는 산마리노 축구 대표팀을 조명했습니다.
지난 3월 유로 2024 H조 예선 슬로베니아전. 산마리노는 0대2로 졌습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2004년 승리가 유일...언제쯤 1승이 가능할까


사실 산마리노는 9월에 비하면 FIFA 랭킹이 한 계단 상승했습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ESPN은 '208위였던 산마리노는 207위 아프리카의 에리트레아가 4년 동안 경기를 치르지 않아 랭킹에서 아예 제외되는 바람에 순위가 올랐다'고 썼습니다. 순위는 한 계단 뛰었지만 여전히 최하위는 맞습니다. 만년 꼴찌를 벗어날 수 없는 이유, 연전연패 앞에 답이 없죠. 1990년 국제축구 무대에 데뷔한 산마리노의 유일한 승리는 2004년 리히텐슈타인을 1대0으로 따돌린 게 전부입니다. 19년간 계속 졌고, 또 졌습니다.
산마리노는 '승점자판기'입니다. 지난 9월 덴마크에 0대4로 졌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

5번째로 작은 나라...1인당 GDP는 5만 5000달러


이탈리아 내륙에 자리잡고 있는 산마리노는 지구촌에서 5번째로 작은 나라입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소국이지만 부유합니다. 관광, 은행, 제조업을 내세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5만 5000달러(2021년 기준) 정도입니다. 그러나 경기도 안양시 정도의 국토에 3만 3000명 정도가 모여 살다 보니 축구 선수가 얼마 안 됩니다.

지난 6월 유로 2024 H조 예선, 산마리노는 핀란드에 0대6으로 졌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

정비공부터 화가까지...아마추어 선수가 뛰는 국가대표


BBC에 따르면, 대표팀에 프로 선수는 딱 2명입니다. 모두가 아마추어 선수들인데 주업은 자동차 판매원, 회계사, 화가, 금속 정비공 등 다양합니다. 일을 마치고 저녁에 훈련하는 여느 '조기 축구팀'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귀화 선수 역시 1명뿐입니다. 이탈리아 나폴리 출신의 수비수 디 마이오는 귀화를 통해 지난해 마흔 살에 A매치에 데뷔했습니다.
언제나 승리를 꿈꾸지만 그 환호가 언제 찾아올 지는 모릅니다. 10골을 내주고 패하는 게 아니라 4골을 잃고 지는 게 목표일 정도로 꿈은 소박합니다. 언젠가 기쁨의 순간이 찾아오길 기다리면서. 열정과 열망을 이야기하면서.

산마리노를 이끄는 코스탄티니 감독(오른쪽)은 축구장 밖에선 가구 공장에서 일합니다. (사진=AFP연합뉴스)

디 마이오가 BBC와 인터뷰에서 남긴 말은 이렇습니다.
" 축구엔 언제나 잊혀지지 않는 낭만적인 어떤 것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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