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영정 작가 후손, ‘100원 동전’ 저작권 소송 1심 패소

김혜리 기자 2023. 10. 1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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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원 동면에 새겨진 이순신 장군의 표준영정. 경향신문 자료사진

100원 동전에 사용되는 충무공 이순신의 표준영정을 그린 작가의 유족이 한국은행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6단독 조진용 판사는 13일 고 장우성 화백의 후손 장모씨가 한국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장 화백은 1953년 충무공기념사업회 의뢰로 이순신 장군의 영정을 제작한 인물이다. 그가 제작한 충무공 표준영정은 1973년에 ‘대한민국 제1호 표준영정’으로 지정됐다. 장 화백은 1975년 당시 문화공보부 의뢰를 받고 화폐도안용 영정을 새로 제작해 한국은행에 제공했다. 그 후 1983년부터 지금까지 해당 영정이 새겨진 100원짜리 동전은 계속 유통되고 있다.

장 화백의 후손인 장씨는 2021년 10월 한국은행을 상대로 배상금 1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973년부터 발행된 500원권 지폐에 충무공 표준영정이 사용됐고, 1983년부터 지금까지 통용되는 100원 동전에 화폐도안용 영정이 사용돼 저작권을 침해당했으니 이에 대한 손해배상금을 물어내라는 취지였다. 또 본인에게 화폐도안용 영정에 대한 소유권이 있는 만큼 한국은행이 영정을 반환해야 한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장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조 판사는 표준영정의 경우 저작권이 장씨에게 있다고 봤지만 한국은행의 영정 사용으로 장씨가 입은 손해가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표준영정의 복제권을 비롯한 저작권 일체는 의용저작권법 제1조에 따라 장 화백에게 귀속된다”면서도 “장씨는 한국은행이 표준영정을 사용했다고 주장할 뿐 그로 인해 자신이 본 손해나 한국은행이 얻은 이익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주장·입증하지 않은 만큼 복제권 침해로 손해를 봤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화폐도안용 영정과 관련해선 “구 저작권법에 따르면 화폐도안용 영정에 대한 저작권은 촉탁자인 한국은행에게 원칙적으로 귀속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장씨가 화폐도안용 영정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한 부분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장 화백이 당시 제작물공급계약을 맺고 영정을 제작해주는 대가로 150만원을 받은 사실 등을 고려하면 장씨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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