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쑤는 이스라엘株 … 美기술주는 선방중

뉴욕 상장 모바일아이 등 급락
이스라엘 투자 ETF들도 울상
최대 반도체공장 둔 인텔 꿋꿋
데이터·보안 팰런티어는 급등
전시상황 비용 급증 등 악재에
월가선 신중한 투자 접근 주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확산되면서 '정보기술(IT) 강국'으로 통해온 이스라엘 관련주 투자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스라엘 최대 민간 고용주인 미국 반도체 인텔(INTC)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SFT) 등 빅테크 주가는 비교적 선방하는 분위기이지만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뉴욕증시 상장 기술주의 주가는 약세를 거듭하는 모습이다. 월가에서는 이스라엘이 전례 없는 규모로 예비군 36만명을 징집하면서 현지 IT 산업에 종사하는 인력까지 동원되는 데다 기업들도 전시 상황을 위해 들여야 할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들어 섣불리 매매에 나서기보다는 이달 말 본격화하는 기업 실적 발표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이스라엘 첨단 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아크이스라엘혁신기술펀드(IZRL)는 전날보다 1.96% 하락해 1주당 17.0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스라엘판 9·11 사태를 즈음해 최근 5거래일간 해당 ETF 시세는 5.4% 하락했다. 이스라엘 주요 기업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스MSCI이스라엘(EIS) ETF 역시 같은 기간 7.8% 내려갔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이스라엘 파운드리 업체 타워세미컨덕터(TSEM)와 자율주행 시스템 기업 모바일아이(MBLY) 주가는 같은 기간 각각 6.8%, 9.4% 떨어졌다.

투자자 시선이 향하는 종목은 이스라엘 최대 고용주이자 수출 기업인 미국계 반도체 기업 인텔이다.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 핵심 공장이 이스라엘에 있다. 인텔의 키르얏갓 반도체 1공장은 가자지구와 예루살렘 중간 지점에 들어서 있다. 지난 8월 이 회사는 이스라엘에 250억달러를 들여 신규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이스라엘에는 인텔 외에도 IBM(IBM),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등 빅테크 기업을 포함해 500여 곳의 주요국 기술기업이 이스라엘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해 운영하는 식으로 진출해 있다. 인텔 주가는 최근 5거래일간 2.7% 올랐다. CPU 경쟁사인 AMD 주가와 또 다른 반도체 간판 기업 엔비디아 주가가 같은 기간 일제히 6% 넘게 오른 것에 비하면 상승폭이 작지만 비교적 선방한 분위기다.

이스라엘계 금융정보업체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2019년부터 4년간 이스라엘에 대한 해외 투자는 약 320억달러이며 이 중 절반이 넘는 51%가 미국 투자사 혹은 미국 투자사가 공동으로 주도한 경우다. 월가에서는 기술기업 경영진이 이달 말 이후 이어질 실적 발표에서 이스라엘 사태에 대해 내놓을 언급을 감안해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은 모두 오는 24일 뉴욕증시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한다. IBM과 인텔은 각각 오는 25일과 26일 뉴욕증시 마감 후 실적을 공개한다.

한편 세상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기업으로 통하는 미국 빅데이터 분석·감시 업체 팰런티어(PLTR)는 이스라엘판 9·11 사태를 계기로 연일 주가가 올랐다. 회사는 2001년 미국 9·11 테러의 주범인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에 기여한 회사로 이름을 알린 기술기업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해 주요국 정보기관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회사가 미국 육군을 비롯해 영국 국립보건서비스국과 연달아 대규모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까지 나오면서 주가가 7거래일 연속 올라섰다.

[김인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