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외교적 고립' 시도…이란 "새 전선 열릴 것" 맞불
오스틴 국방도 이스라엘 방문
"전쟁 속도로 전폭적 지원"
이란 원유대금 60억弗 재동결
미국이 '이란 고립 작전'을 시작했다. 하마스 배후로 추정되는 이란의 발을 묶기 위해 대중동 외교전에 본격 착수한 것이다. 이란은 하마스 배후설을 전면 부인하면서도 이스라엘의 공격이 계속될 경우 '또 다른 전선'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15일까지 요르단,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등 다른 중동 국가들을 순방하며 각국 지도자들을 만난다. 미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이 요르단에서 압둘라 국왕과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의 중동 국가 연쇄 방문은 하마스와 그 배후인 이란을 고립시키고 이스라엘 반격의 정당성을 대변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아바스 수반과 만나는 것도 다른 팔레스타인 정파나 주민들과 분리하는 그림을 만들어 하마스를 고립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블링컨 장관은 전날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 "이스라엘은 자국을 스스로 방어할 정도로 강하지만 미국이 존재하는 한 그럴 필요가 없다"며 "우리는 항상 당신들의 곁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인인 블링컨 장관은 하마스의 공격에 대해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날 이스라엘 국방부에서 청중에게 "나는 미 국무장관으로서뿐만 아니라 유대인으로서 여러분 앞에 서 있다"며 "하마스의 대학살이 전 세계 유대인들에게 주는 참혹한 울림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이날 이스라엘을 찾아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강조했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지금은 중립을 지킬 때가 아니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안보 지원은 전쟁 속도(speed of war)로 제공될 것"이라고 밝혔다.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면 미군이 참전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미국은 이스라엘 자위권을 지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대해 이스라엘에 '전쟁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하마스 같은 테러리스트는 민간인을 공격하지만 민주주의 국가는 그러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란을 압박하기 위해 지난달 동결을 해제했던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 60억달러(약 8조원)도 재동결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월리 아데예모 미 재무부 부장관은 12일 미 하원 민주당 의원들을 만나 "카타르 은행에 예치된 이란 원유 수출대금 60억달러를 이란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미국과 카타르 정부가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란은 전날 제기된 하마스 배후설을 전면 부인하며 이스라엘과 미국에 전선 확대 가능성을 경고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12일 저녁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도착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폭격을 계속한다면 이번 전쟁에서 '새로운 전선'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전선은 헤즈볼라를 언급한 것이라고 AP통신은 해석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 이후 헤즈볼라가 근거지를 둔 레바논 남부에서는 이스라엘 북부 지역을 겨냥한 로켓포 공격이 이어지고 있어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미르압돌라히안 장관은 레바논 방문에 앞서 이날 오전 이라크를 방문해 모하메드 시아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와도 회담을 했다. 그는 "그들이 가자를 봉쇄하고 민간인에게 폭탄을 터뜨리고 전쟁범죄를 저지르고는 응징이 없을 것이라고 기대하면 안된다"고 경고했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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