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길 열어준다지만 … 가자 230만명 사방 막힌 死地에 몰려
이 "다음 발표까지 복귀말라"
가자시티 점령 목표로 한 듯
가자 남부와 국경맞댄 이집트
인도주의 통로 개방 불허
세종市 절반면적에 몰릴 상황
"24시간내 대피 무리한 요구"
유엔도 미국도 비판 목소리
이스라엘군(IDF)이 가자지구의 북쪽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가자지구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사전 통보했지만,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안전 보장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전망이다. 가자지구 남쪽에서 230만명의 인구가 생활을 이어갈 순 없기 때문이다. 가자지구와 국경을 맞댄 이집트가 희망이지만, 이집트는 인도주의 통로를 열어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13일 오전 7시 30분(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은 "가자시티 내의 모든 민간인에게 스스로 안전과 보호를 위해 집에서 24시간 내 남쪽으로 대피할 것을 촉구한다"며 "수일 내 대규모 작전을 벌일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아직 가자지구에 병력을 투입하라는 명령을 내리진 않았다. 다만 이스라엘군은 최근 가자지구 북쪽 아슈켈론 지역을 중심으로 병사와 전차 등 지상병력을 집중 배치했다.
IDF는 우선 가자시티 점령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IDF는 "가자시티 주민들은 군이 또 다른 발표를 할 때 가자시티에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며 "이스라엘과의 보안장벽 구역에 접근하지 말라"고 밝혔다. 지상병력을 투입시켜 가자시티를 당분간 점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가자시티뿐만 아니라 가자지구 북쪽 전체를 점령할 가능성이 높다. 유엔은 이날 IDF가 가자지구 북쪽 주민 전체를 향해 24시간 내 가자시티 등을 떠나 가자지구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유엔이 파악한 이스라엘의 대피 통보 대상은 가자지구 주민뿐 아니라 유엔 직원, 유엔이 운영하는 가자지구 내 학교·보건소·병원 등에 대피한 피란민 등 110만명이다.
우리나라 세종시와 비슷한 365㎢ 면적의 가자지구에는 인구 230만명이 살고 있다. 특히 북쪽 가자시티에는 인구 40%에 달하는 110만명이 몰려 있는데, 이들이 24시간 내 집을 떠나려면 시간당 4만명이 대피해야 한다.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인해 가자지구 내 도로가 상당 부분 파괴되면서 피란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하지만 IDF의 대피 통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한 '보여주기식'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IDF는 X 등을 통해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대피 경로를 안내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취한 조치는 '와디 가자로 가라'는 지시뿐이었다. IDF는 이날 X에 공개한 영상을 통해 "와디강은 가자지구 주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곳이기 때문에 와디강 이남을 대피 장소로 정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남부 도시들은 가자시티가 있는 북부보다 낙후된 지역이다. 유엔은 최대한 많은 대피소를 마련하고 있지만 피란민 수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어 모두 수용할 수는 없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12일 오후 11시 현재 가자지구 피란민은 42만명 이상인데 이 가운데 유엔이 제공한 대피소에 머물고 있는 주민은 27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북부 주민들이 남부로 대피한다면 사실상 거리로 내몰린다는 뜻이다.
유엔은 이날 이스라엘에 민간인을 가자지구 남쪽으로 대피하도록 한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110만명에 달하는 인구가 몰리면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날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10만명에게 24시간 안에 대피하라고 통보한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을 제외하고 가자지구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인 이집트가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당사국인 이집트가 문을 열지 않고 있다. 11일 CNN에 따르면 미국은 가자지구에서 민간인을 대피시키기 위해 이스라엘과 함께 이집트에 인도주의 통로를 개방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집트는 이를 거부했다.
민간인으로 위장한 하마스 등 무장정파 대원들이 이집트에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지상전이 실제 전개되면 국제사회의 압력이 강해져 이집트가 피란민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하마스는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이스라엘의 '대피령'을 무시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마흐무드 미르다이 하마스 정치국 관리는 "안전한 통로를 열어서 우리 국민이 고향을 떠나 영구적인 죽음을 맞이하도록 강요하는 건 우리 국민과 저항세력 모두 동의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이날 요르단강 서안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에 항의하는 팔레스타인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최소 9명이 숨지고 130여 명이 다쳤다.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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