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9·19 군사합의 허물자는 여권, 지금 남북 긴장 높일 땐가
정부·군과 여당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을 계기로 남북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9·19 군사합의)를 허물려 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3일 국감대책회의에서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감시·정찰 공백 때문에 기습공격에 성공했다”며 “우리도 (대북) 전략적 대응에서 안전성·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9·19 합의에 대한 효력 정지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에 이어 여당 지도부까지 사실상 군사합의 폐기에 힘을 실은 것이다.
남북한 국방장관이 2018년 9월19일 평양에서 양 정상 임석하에 서명한 이 합의는 우발적·국지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군사분계선 주변에서의 적대행위 중지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당시 남북은 물론 한·미 간에도 세밀한 조율을 거쳐 만든 군비통제 합의다. 하지만 북한이 2019년 11월 서해 해상완충구역 내 해안포 사격 등으로 위반한 데 이어 지난해 무인기를 서울에 침투시킨 걸 계기로 보수진영 내 폐기론이 커졌다.
군사합의로 공중 정찰·감시가 다소 제약되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합의에 관여한 김도균 전 국방부 대북정책관은 ‘저고도 정찰·감시가 조금 제한된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그는 정찰기 등 중·고고도 정찰 수단이 감시하고 있어 문제가 없으며, 합의를 유지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더 크다고 했다. 한·미에 비해 정찰·감시 능력이 약한 북한이 이 합의로 인한 공백이 더 클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군비통제 합의는 서로 장비·병력을 줄임으로써 충돌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팔 충돌과 비슷한 일이 한반도에서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데 필요한 장치다. 한국이 먼저 합의를 허물어버리면 북한은 이를 구실로 족쇄 풀린 듯 합의를 위반할 것이고, 군사적 긴장은 더 올라가게 된다. 북한이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합의를 폐기해야 한다면 정전협정·비핵화공동선언 등 없애버려야 할 것이 많다.
이·팔 충돌이 한반도 안보에 갖는 함의가 분명 있다. 하지만 그것이 군사합의 폐기로 왜소화된다면 더 큰 문제를 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대북 정보력을 강화하고, 철저한 군사적 대비 태세가 필요하다. 동시에 이번 사태는 오인에 의한 무력 충돌을 막기 위한 북한과의 소통과 상호 통제가 절실함도 보여줬다. 그 둘을 병행해야만 비로소 국민들이 정부를 믿고 안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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