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 감시자료 요구에 '국정원 핑계' 댄 식약처?…국감서 질타
강선우 의원 "병·의원 수사의뢰 결과도 확인 안하면서 '유아인 적발'만 자랑하나"
오유경 처장 "수사 건마다 진행상황 달라…주기적 결과 점검 등 개선할 것" 해명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마약류 오·남용 관련 감시자료 요청에 대한 식약처의 '불성실한' 태도가 도마에 올랐다. 자료 요구에 불응하면서 국가정보원 핑계를 대는 등 석연치 않은 근거로 제출을 미뤘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식약처 국감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작년부터 지금까지 식약처의 마약류 오남용 기획감시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자 수차례 기획감시 관련 자료를 요구했다"며 "그런데 그동안 식약처는 협조는커녕 국감을 방해했다"고 밝혔다.
앞서 식약처는 올 4월 120명 규모의 민·관 협력 '마약류 오남용감시단'을 발족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펜타닐·프로포폴 등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처방 의사와 환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당시 식약처는 연간 10회 정도의 감시횟수를 30회 수준으로 대폭 늘리고 '사후 점검' 방식에서 청소년 마약·의료인의 '셀프처방' 등 선제적 발굴로 전환해 사전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된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하고자 기획감시 대상 명단과 수사 의뢰 후 결과를 반복해 요청했지만, 식약처가 '마약류관리법 위반'이란 이유로 불응했다는 게 강 의원의 주장이다.
강 의원은 "식약처 실무자들에게 몇 번이나 직접 법적 해석까지 요구했지만 (식약처 측은) 무작정 거부했다"며 "그러면서 우리 의원실에 '처장님께 불똥이 튀기면 안 된다'고 얘기했다. 처장님의 지시라 하더라"고 오유경 식약처장을 겨냥했다.
이에 더해 "그게 안 먹히자 국정원을 동원하면서 국정원에서 '(자료를) 제출하지 말라'고 했다 하더라. 의원실 직원에겐 비밀 취급 인가증을 받아오라고 했다"며 "마약류 오남용 기획감시 명단이 국가 안보와 무슨 상관인가"라고 몰아붙였다.
신동근 복지위원장도 "의원들이 국감을 위해 요청하는 자료는 말 그대로 국가안보에 대한 정말 중요한 사안이거나 재판에 영향을 주는 사안이 아니면 (해당 부처가) 주는 게 원칙"이라며 "왜 이렇게 여러가지 빌미를 주는지 모르겠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자 오 처장은 "저는 의원님(강 의원)께서 요구하신 자료를 우리 직원들이 제출했다고 보고받았다"며 "식약처에서는 최대한 (요청자료를) 빨리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범부처적으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현 정부의 발표가 무색케 현장에서의 단속 및 사후 관리는 너무 헐겁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기획감시 자체의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비판이다.
강선우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식약처가 마약류 의약품 과다처방 등을 적발해 수사 의뢰한 병·의원은 총 269곳이다. 이 중 경찰 수사가 마무리된 143곳 가운데 절반 가까운 44%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혐의를 벗은 일부 병원은 여전히 종전과 같은 방식대로 성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 의원은 이같은 상황을 들어 "식약처 기획감시가 무조건 (일단) 잡아들이는 데에만 급급한 것 아닌지, (적발) 숫자를 올리는 데 급급한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데 어떤가"라고 반문했다.
또 "2번 이상 (중복)수사 의뢰된 의료기관이 16곳이다. 그런데 그 중 11곳은 경찰이 무혐의 처분하거나,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뒤 식약처가 다시 수사를 요구한다"며 "수사 중인데도 (해당 병원들은) 영업을 쭉 해왔다"고 부연했다.
강 의원은 아울러 오 처장이 올 2월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씨의 '마약류 상습 투약'을 잡아낸 점을 자랑하듯 언급한 점도 문제삼았다. 유씨는 현재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증거인멸교사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간담회 당시 오 처장은 "최근 프로포폴 과다처방과 관련해 세간에서 '오유경이 유아인을 잡았다'고들 하는데, 사실 제가 잡은 것은 유아인이 아닌 엄홍식이란 사람"이라며 식약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이 적발 통로가 됐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식약처는 경찰로부터 수사의뢰 결과를 통보받지 않는다고 했는데, 저희가 확인한 결과 경찰청에서는 지역별 경찰청에 마약범죄 수사 지휘를 내릴 때 결과를 식약처에 통보한다고 했다"며 "(그런데도) 유아인만 (집어내) 이렇게 홍보하신 건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상식적으로 식약처에서 수사를 의뢰한 건들은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 이렇게 대대적인 '오유경 기자회견'까지 했으면 그래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마약류 오남용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20·30대 국민이 급증한 점을 두고는 "식약처가 (성과) 홍보에 집중을 할 게 아니다"라며 "국민 안전·건강·생명과 직결된 문제다. 초심을 되찾고 실효성 있는 기획감시를 시행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오 처장은 "수사의뢰 후 결과를 통보받는 방법은 이메일이나 유선으로 받을 수도 있는데, 수사 건에 따라 진행상황이 다르다"며 "앞으로 좀 더 주기적으로 수사 결과를 점검하는 형태로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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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leun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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