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2023][단독]가습기살균제에 무성의한 정부 부처들, 사참위 권고 대부분 “해당 사항 없다”며 거부
“환경부장관은 구제 범위를 넘어선 실질적 피해 지원을 위해 질환 치료의 의료보험 적용 확대와 아동·청소년 피해자에게 간병비 지급 등 내용을 포함해 현행 구제법을 ‘구제 및 지원법’ 체제로 개정하기 바랍니다.”
“향후 계획 해당 사항 없음”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환경부에 보낸 권고안에 대해 환경부에서 답한 내용의 일부다. 이 권고안에 대한 환경부의 반응처럼 정부 부처들이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가 가습기살균제와 관련해 권고한 내용 대부분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무성의하게 대응한 정황이 확인됐다.
1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은주 의원(정의당)이 국무조정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사참위가 권고한 내용 26건 중 9건에 대해 정부 부처들은 “해당 사항 없음”이라며 사실상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조치를 취하겠다고 기재한 내용도 대부분 현재 하고 있는 사업을 계속이어가겠다는 등의 원론적인 수준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참사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원하는 국민 여론에 따라 설치됐던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가 4년 동안 만들어낸 권고안을 정부 부처들이 휴짓조각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정부 부처들이 권고안에 대해 답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참사 관련 공식 사과를 권고한 내용에 대통령실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년 8월8일 피해자들을 만나 사과한 것을 언급하면서 “해당 사항 없음”이라고 답했다. 문 전 대통령이 사과를 하긴 했지만 정부 차원의 사과나 책임 인정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던 것을 무시한 채 불과 두 줄짜리 무성의한 답변을 보낸 것이다.
이밖에 환경부는 화학물질 관리체계의 개선을 권고한 내용에 대해, 고용노동부와 법무부는 기업실사의무화법 제정 권고에 대해 “해당 사항 없음”이라며 권고안 수용을 거부했다. 중대시민재해 피해자의 입증 책임을 완화하기 위해 인과관계 추정조항을 신설하는 방향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정하라는 내용에 대해서는 법무부, 고용노동부, 환경부, 공정거래위원회가 모두 입을 맞춘 듯이 “해당 사항 없음”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또 ‘신속 심사 대상 질환 확대 등 신속한 피해지원 실시’를 권고한 내용에 대해 환경부는 “신속한 조사·판정을 통한 피해구제 및 지원 지속”이라고 답하는 식으로, 권고안을 동어반복하는 내용의 답변을 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간절하게 요구하는 ‘사참위 권고 이행’에 대한 정부부처들의 답변이 거의 ‘해당사항 없음’으로 나온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국가가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책임에서 빗겨서 있으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정부 부처들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와 관련해 뒤에 숨어있지 말고 국가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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