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서 후학 키우려 유럽 무대 접었죠"
쾰른극장 종신직 버리고 귀국
29일 국제 데뷔 25주년 공연
성악가가 성악만으로 밥벌이를 하는 건 기적에 가깝다. 엄청난 실력과 노력, 행운이 따라도 설 수 있는 무대 자체가 적고 좁다.
사무엘 윤(51·사진)은 그런 면에서 최고의 영예를 안은 성악가다. 1998년 이탈리아 토티 달몬테 콩쿠르에서 우승한 후 유럽 무대를 누볐고, 독일 쾰른 오페라 극장의 종신 가수로 만 65세까지 자리와 수입을 보장받았다. 그런데 그걸 스스로 내려놓고 고국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서울대 음대 성악과 교수로 부임하면서다.
올해 국제무대 데뷔 25주년을 맞은 그는 13일 서울 포니정홀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계획을 해서 내린 결정은 아니었다"며 "한국과 모교를 택한 이유는 딱 하나 '항상 쓰임을 받아야겠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50세가 넘으니 남들 앞에서 화려하게 돋보이는 게 정말 의미 있는 삶인지 의문이 들었어요. 저는 처음부터 노래를 잘했던 가수도 아니거든요. 지난해 독일 '궁정가수'라는 명예로운 호칭을 받았는데, 인생에서 참 과분한 일이에요. 그 감사함을 갚아야겠다는 생각을 계속하던 차에 서울대가 길을 열어줬어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뿐 아니라 국내 무대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어요."
이달 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여는 단독 콘서트 '프롬 다크니스 투 라이트(From Darkness To Light)'는 그 시도의 서막과도 같다. 1부는 슈베르트 '도플갱어' '마왕', 브람스 '다시 네게 가지 않으리' 등 가곡 7곡으로 채운다. "가곡은 정적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지만 오히려 오페라 아리아보다 극적일 때도 많아요. 가곡이 가진 심오한 뜻을 내적으로만 소화하는 게 아니라 밖으로 표출해 보여드리겠습니다. 중간에 박수도 못 칠 정도로 집중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에게 '바이로이트의 영웅'이란 찬사를 안긴 바그너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서곡, 공식적 데뷔작인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 중 '당신은 잠들려고 하지만' 등도 2부에서 부른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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