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 정신·모험자본, 산업혁신 열쇠"
韓 투자 1호 SK쉴더스 이어
헬스케어·인프라기업에 관심
ESG 노력없인 인재유치 못해
故이건희 회장 영감 준 리더
"발렌베리 가문 기업들에 입사하는 젊은 인력들은 10~20년 전에 비해 사회적 가치를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가치에 대한 체계적인 정책이 없는 기업은 젊은 인재를 유치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의 '수장' 마르쿠스 발렌베리 스칸디나비스카엔스킬다은행(SEB) 회장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이제 기업의 '영속성'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과거에는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인재 유치처럼 기업의 실질적 경영활동에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발렌베리 가문은 지난 160년간 북유럽의 가장 대표적 기업 가문으로 자리 잡아왔다. 다섯 세대를 거치는 동안 투명한 승계를 거치면서 세계적으로도 '존경받는 가문'으로 꼽힌다. 발렌베리 회장은 북유럽 최대 금융기관인 SEB를 이끄는 발렌베리 가문의 '적자'다. 발렌베리 회장은 발렌베리 가문의 투자 지주회사인 인베스터AB를 통해 사브(자동차), 일렉트로룩스(가전), ABB(발전), 에릭슨(통신), 아스트라제네카(제약) 등 유수의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발렌베리 회장은 지난달 말 투자 기업을 점검하고 잠재적 투자 기업들을 살펴보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발렌베리 가문 계열의 사모펀드 운용사 'EQT파트너스'가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서 이사회를 개최하는 점 또한 고려됐다. EQT파트너스는 발렌베리 가문의 경영철학과 장기적 관점을 반영한 사모펀드로 지난 7월 국내 기업인 SK쉴더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EQT파트너스가 현재까지 한국에 투자한 금액은 20억달러에 달하며, 투자한 한국 기업의 종업원 수는 누적으로 3만5000여 명에 달한다.
이날 인터뷰에는 콘니 욘손 EQT파트너스 회장도 함께했다. 욘손 회장은 투자금을 운용하는 입장에서도 사회적 책임이 중요한 지표라고 설명했다. 욘손 회장은 "과거 ESG(환경·책임·투명경영)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인식되곤 했지만 최근에는 바뀌었다"며 "투자자 관점에서 ESG에 당연히 관심을 두고 있다. ESG 성과가 좋은 기업은 포트폴리오 기업으로서의 가치도 향상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85년 한국을 처음 방문한 이후 여러 차례 한국을 찾았다는 발렌베리 회장은 "한국 기업들이 스웨덴 기업과 협업할 때도 있고, 경쟁할 때도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해외 사업 확장에 나설 때 과감한 투자와 결정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 한국에 오면 다른 곳에서 보지 못했던 것을 보고 새로운 것을 배워간다"고 했다.
욘손 회장은 "한국에 대한 중요 투자 1호인 SK쉴더스는 우리가 한국의 어떤 기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라며 "지속적인 성장을 하면서도 시장이 글로벌로 확장될 수 있는 업종에 관심을 두고 있다. 헬스케어와 인프라스트럭처, 신재생에너지 등이 특히 관심 있는 업종"이라고 소개했다.
발렌베리 회장과 욘손 회장은 '리스크 캐피털(경영 위험을 감내하는 자본)'이 산업 혁신을 이끌어내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리스크 캐피털이 기업가정신을 뒷받침할 때 혁신이 실현된다는 것이다. 발렌베리 회장은 "리스크 캐피털과 기업가정신이 함께 움직일 때 새로운 기업이 탄생하고 성공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달 3주기를 맞는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과의 기억에 대해 발렌베리 회장은 "짧은 만남이었지만 직원들에게 영감을 주는 열정적인 리더로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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