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최대 1천명 늘리고 지역의사제 도입
18년째 정원 3058명 묶여
필수 의료인력 부족 심화
의대 신설 대신 지역에 할당
의료 수가 인상도 만지작
현재 고2부터 정원 늘리려면
대학들 내년 4월전 신청해야
정부가 국내 의료계의 고질적 문제인 인력 부족 사태와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청사진을 이르면 다음주 제시한다.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 규모를 최대 1000명 수준까지 늘리되 이를 부속병원을 갖춘 지방 의대를 중심으로 분배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13일 관계당국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 규모를 확정 짓고 다음주께 발표한다. 적게는 300~500명 수준에서 최대 1000명까지 증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소한 2000년대 초 의약 분업 시기에 줄였던 정원(351명)을 복원하자는 데는 업계가 공감대를 이뤘다. 현재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18년째 3058명으로 묶여 있다.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 치르는 2025년도 대학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확대하려면 각 대학은 2024년 4월 말까지 정원 등의 일정에 대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승인을 요청해야 한다. 이후 대교협이 5월 말까지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사항을 승인하면 의대 정원을 확대할 수 있다.
늘어나는 정원을 개별 대학에 분배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별도의 의대를 신설하기보다 기존 대학에 추가 할당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의대를 설립하려면 병원도 함께 지어야 하는데 이를 한꺼번에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부속병원이 없는 의대는 운영비 조달, 실습현장 연계 등에 어려움을 겪어 결국 폐교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2018년 사라진 서남의대가 대표적이다. 임재준 서울대병원 공공부원장은 "의사를 키워내려면 학생뿐 아니라 교수진, 교과과정, 실습현장 등 시스템이 함께 확보돼야 한다"며 "단순히 대학을 설립한다고 해서 양성 시스템이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존하는 의대를 중심으로 정원을 늘리는 것이 맞는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효과를 극대화하고 지역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의사제도 도입이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 늘어나는 인력이 수도권에만 집중되면 현재도 심한 지역 간 의료 격차가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역의사제도는 지역의 불균형 해소·완화를 위한 하나의 수단인데, 의대 정원 확대를 발표하면서 지역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 패키지도 같이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필수의료 붕괴 사태를 해소하기 위한 수가 조정 작업에도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그간 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기피현상이 심화된 배경에는 낮은 의료수가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위험 부담은 크면서 보상은 적다 보니 기존 인력마저 떠나는 악순환이 수년간 지속됐다. 실제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실과 의료정책연구원이 지난 8~9월 전국 41개 의과대학 학생 81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49.2%가 필수의료 기피 원인으로 '낮은 의료수가'를 꼽았다. 복지부도 이 같은 문제의식 아래 수가 불균형 문제에 칼을 빼들었다. 지난달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내년 적용될 3차 상대가치 제도 개편안을 확정했다. 기존 과보상 분야의 수가를 조정해 확보한 재정을 입원·수술 등 필수의료에 투입한다는 취지다. 조 장관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은 의료수가, 정주 여건 등이 문제"라며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의료수가부터 손보겠다"고 말했다.
수가 인상과 더불어 병원이 전문의를 채용하도록 강제해야 필수의료를 살릴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가가 오르면 병원이 직접적인 혜택을 보게 되는데 이것이 인력 보강으로 이어져야 한 사람에게 쏠리는 업무량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민구 전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주 7일 근무 여건이 필수의료를 기피하게 만드는 요인"이라며 "정부가 병원에 재정을 투입하고 병상에 따른 인력 기준을 만들어 경영진이 채용을 늘리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중범 대한소아중환자의학회 기획이사는 "주 40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전문의가 4.5명은 있어야 24시간 대응이 가능하다"며 "전공의 한두 명에게만 의존하는 데서 벗어나야 필수의료에 인력이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종합병원이 전부 의대 부속병원이라는 점에서 전문의뿐 아니라 교수직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는 의사 인력 확충 일환으로 국방부와 함께 공중보건의사의 복무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이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전국 의과대학·의전원 학생과 전공의 139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42명(74.7%)이 일반병 입대 의사를 표했다.
[심희진 기자 / 김지희 기자 /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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