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남수의 視線] 국민은 더 이상 기다려 주지 않는다
심판이었다. 비록 서울 한 지역의 구청장을 뽑는 선거였지만, 이를 통해 드러난 것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었다. 특히 그 심판의 대상은 선거에서 완패한 국민의힘을 향해있는 것이 아니라 직접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윤석열 정부 1년 5개월을 지켜본 국민은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나선 것 아닌가. 국민은 이번 선거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국정 쇄신을 요구한 것이다.
선거결과를 받아 든 국민의힘은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당 차원의 쇄신책 마련에 나섰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대통령실은 선거결과는 언제나 엄중하다고 했다. 그러나 온도차는 있어 보인다. 일단 선거결과에 대한 해석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를 다시 공천함으로써 지역주민의 외면을 자초했다고 진단이 대세로 꼽힌다. 또 이번에 선거가 치러진 서울 강서구는 원래 야당 우세지역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결과가 전체 국민의 뜻이라기보다는 200여 개의 기초자치단체 중 하나인 곳에서 치러진 선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크게 틀린 말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총체적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라는 주장을 희석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번 선거결과를 찬찬히 들여다 보면, 민심의 실체를 알 수 있다. 서울에서 치러진 보궐선거 가운데 역대급 투표율을 보였다는 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전투표제 효과도 있었지만, 직접 투표장에 나가 적극적으로 의사를 나타낸 유권자가 적지 않았다. 각 정당의 적극적인 투표독려와 정치 고관여층의 참여 효과도 있었다. 하지만 많은 유권자들이 의식적으로 투표장을 찾았다는 것이 더 정확한 분석일 것이다. 그들이 왜 투표장을 찾았겠는가. 투표를 통해 대통령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국민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심은 그런 것이다.
정리하건대, 이번 선거 결과는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여당 참패’였다.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간 득표율 격차는 17%포인트. 야당 우세지역이라고는 하지만,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결과와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그만큼 많은 국민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는 것 아닌가. 반면 더불어민주당의 완승이라고 할 수도 없다. 민주당은 그야말로 ‘반사이익’에 의해 덕을 본 것뿐이다.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은 여전한 까닭이다. 그럼에도 민심은 일차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먼저 심판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더불어민주당 역시 경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정치권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의 관심이 컸던 이유는 6개월 뒤 치러지는 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을 예측하는 수많은 여론조사가 있지만, 20여 만 명에 달하는 표심을 정확하게 짚어볼 기회를 제공하는 이번 선거는 그래서 주목을 받았다. 그것도 여론에 가장 민감한 서울에서 치러진 이번 선거는 내년 총선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이자 리트머스 시험지이기도 했다. 결국 이번 선거의 성적표를 받아 든 각 정당들이 향후 어떤 대응책을 마련하느냐에 따라 그들의 정치적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그럼 무엇을 할 것인가.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참패했다고 낙담할 일은 아니다. 얼마든지 기회가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겼다고 기뻐할 일은 더욱 아니다. 승자라고 해도 혁신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외면한다면 바로 ‘승자의 저주’가 현실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든 분명한 것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가볍게 여기다가는 더 큰 심판에 직면한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여전히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이 심판하려고 한 당사자의 반응이 없다는 점이다. 국민이 지목한 대상은 윤석열 정부 아닌가. 그러나 불행하게도 대통령은 이를 인식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돌이켜 보면, 국민은 물가고와 경기침체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 정부는 그것을 돌아보는 데 소홀했다. 국민의 아우성은 가득한데, 대통령과 야당은 대화조차 없었다. 협치는 고사하고 검찰정치만 난무했다. 국민은 이것을 심판한 것 아닌가. 그러므로 대통령은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정기조를 바꾸고, 총리를 비롯한 내각도 일신해야 한다. 무엇보다 야당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 협치의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 다수당인 야당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누가 됐든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국민을 더 이상 기다려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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