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2만원짜리 시계
5년도 더 된 일이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의장)와 동국대 앞에서 점심을 먹었다. 언론사 부장, 출입기자와의 점심, 처음 만나는 자리가 불편할 만했지만 대화는 즐거웠다. 배달의민족 창업 초기 일화와 남다른 운영철학, 대한민국 자영업의 힘겨움,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열망까지 많은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문득 김 의장의 손목시계에 눈길이 갔다. "이게 그 시계군요?" 한마디에 그가 눈을 반짝 빛냈다. 그러더니 '김봉진의 카시오' 스토리를 줄줄이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날 '진짜 대화'는 그때부터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에게 카시오는 그냥 시계가 아니라 매분 매초 '초심(初心)'을 일깨우는 성물 같은 것이라고 했다. '세상을 바꾸는 남자'라는 이미지에 이보다 나은 선택이 있을까. 이후 카시오 시계는 스티브 잡스의 터틀넥처럼 김봉진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그가 애용한다는 'DBC 611'은 지금도 인터넷에서 몇만 원이면 살 수 있다. 2019년 회사 매각 이후 두문불출하던 그는 지난달 인공지능(AI) 서비스와 소셜 커뮤니티 서비스 관련 창업팀을 육성하겠다며 새 회사 설립 소식을 전했다. 5년 전 철학 그대로 일상을 바꿀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제품화하는 회사라고 한다.
지난 10일에는 미국 억만장자 찰스 피니가 92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전 세계 공항에서 만날 수 있는 DFS면세점 공동창업자인 그는 80억달러의 재산을 환원하고 떠났다. 우리 돈으로 10조8000억원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이 억만장자는 평생 사치를 멀리했고, 사망 직전까지 부인과 함께 샌프란시스코의 방 두 칸짜리 소형 아파트를 '임차'해 살았다. 한 개에 수천만 원짜리 명품시계를 팔아 큰 부를 일궜지만, 정작 본인은 15달러(약 2만원)짜리 손목시계를 차고 다녔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1만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요즘, 인류애를 조금이나마 회복해보자고 쓴다. 그러니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볼 일이다. 어떤 인간은 이렇게 위대해질 수 있으니.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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