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 참패 이틀 후에도 국민의힘은 우왕좌왕 의견수렴 중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하고 이틀이 지난 13일에도 국민의힘은 뚜렷한 쇄신책을 내놓지 못했다. 김기현 대표는 최고위원·지도부를 한 명씩 만나 의견을 수렴했다. 당에선 김 대표가 쇄신 주체가 돼선 안 된다는 주장부터 지도부 총사퇴론, 정부·여당의 국정기조 변화 필요성 등 산발적인 목소리들만 분출됐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 당대표실에서 윤재옥 원내대표와 선출·지명직 최고위원들, 박대출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 인사들을 차례로 면담해 당 쇄신 방향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당초 이날 김 대표가 직접 위원장을 맡는 혁신위원회 발족, 총선기획단 중심으로 당 체제 조기 전환, 인재영입위원회 출범 등의 쇄신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것으론 안 된다’라는 반발에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취소하고 지도부 일 대 일 면담으로 선회한 것이다.
청년층 최고위원들은 형식적인 기구 출범이 아니라 인적 쇄신과 실질적이고 상징적인 변화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나온 임명직 고위 당직자 총사퇴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다만 지도부 총사퇴 주장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이날 김 대표 면담 후 “적당히 넘어가는 면피성 대책이 아니라 누가 봐도 지도부가 어려운 결단을 하고 책임진다고 느낄 수 있는 고강도 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면담을 마친 후 “당 체질을 어떻게 개선하느냐가 핵심 과제”라며 “(쇄신안 마련에)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김 대표가 오는 15일 의원총회에서 쇄신안 추인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 대표 쇄신안을 추인하고 혼란 수습에 중점을 두자는 당내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지만 지도부 총사퇴 등의 주장이 분출하며 내부 갈등이 표출될 가능성도 있다.
당에선 선거 패배의 책임이 있는 김 대표가 쇄신의 전면에 서면 안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윤희숙 전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김 대표는 메신저로서 신뢰를 상당 부분 잃었다”며 “유책 당사자들이 앞으로 잘하겠다는 게 국민에게 어떤 울림을 주겠나”라고 했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혁신위원회가 수도권·중도층·젊은층 민심을 잘 읽으려면 대표가 혁신위원장을 맡는 건 크게 임팩트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의 두 차례 당대표 사퇴를 언급하며 “정치책임은 사법책임과 달리 행위책임이 아니라 결과책임이기 때문에 당연히 사퇴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책임정치가 실종된 시대에 살고 있지만 비루하게 책임을 미루면 안 된다”고 김 대표를 겨냥했다. 홍 시장은 이어 “보선 참패는 전적으로 당이 잘못한 것”이라며 “책임질 사람들이 사퇴하고 나면 새로운 길이 열린다”고 김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김근식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이날 YTN에서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어도 당 지도부가 먼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당 지도부가 나서서 살신성인하는 모습을 보여야 대통령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충남 홍성·예산을 지역구로 둔 중진 홍문표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적당히 ‘땜빵’ 식으론 안 된다”며 “(충청·호남의 원외 정치인) 한 7~8분 전화를 받았는데, 책임자가 안 나오고 자꾸 미봉책으로 가면 원외위원장들이 연판장이라도 받겠다고 얘기했다”고 기층의 기류를 전했다.
정부·여당의 국정기조 전환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안철수 의원은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역사 문제, 외교 문제, 경제 문제 이런 것이 많다”면서 ‘경제, 민생에 올인해도 부족한데 이념형으로 갔다는 말인가’라는 진행자 질문에 “그 한 마디로 거의 다 요약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여당이 겸손해져야 하는데, 이재명 공격 한 가지로 이슈를 끌고 가거나 문재인 정권 잘못 이런 면에만 너무 집중한 것 아닌가”라고 기조 수정을 주문했다. 김근식 위원장은 SBS 라디오에서 “용산(대통령실)과 당이 남은 6개월 동안 바뀌지 않으면 송파병이 아니라 강남, 서초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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