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하마스맘?"…토론 사라진 대학가 '이-팔 전쟁' 놓고 혐오·낙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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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을 놓고 대학가에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특정 종교를 비하하는 방식의 혐오 표현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또 "무엇보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고 하마스를 지지하는 거랑 동일하게 볼 수는 없는데 비약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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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을 낙인 찍는 혐오로 공격…"토론 대신 끼리끼리"
(서울=뉴스1) 이기범 한병찬 윤주영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을 놓고 대학가에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지지' 대자보가 걸리면서 논쟁은 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상대방에 대한 낙인 찍기와 혐오 표현이 난무하면서 생산적인 토론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서울시립대, 한국외대 등 대학 게시판에는 노동자연대 청년학생그룹 명의로 '팔레스타인의 저항에 연대를 보내자'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다.
해당 대자보에는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을 대대적으로 학살·추방하는 인종청소를 통해 1948년 건국됐고, 그 후 인종차별적인 인종분리 정책을 줄곧 고수해 왔다"며 "이런 이스라엘에 저항하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든 팔레스타인인들의 정당한 권리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같은 주장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오랜 영토 분쟁에 대한 논쟁을 촉발했다. 이스라엘이 근본적인 갈등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주장과 하마스의 행동은 용납이 안 된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서도 "이스라엘이 가해자 아니냐", "민간인을 건드린 순간 무조건 하마스가 나쁜 게 된다" 등의 논쟁이 오가고 있다.
문제는 의견 표출 과정에서 상대방을 '혐오 표현'으로 낙인찍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하마스맘'이라는 표현이다. 주로 젊은 층 사이에서 많이 쓰이는 'OO맘'이라는 표현은 마치 엄마처럼 맹목적으로 지지한다는 뜻으로 '맘카페'에서 파생됐다. 여기서 나아간 혐오표현이 '맘충'이다.
온라인상에서의 혐오 표현이 대학가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특정 종교를 비하하는 방식의 혐오 표현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상호 간의 극단적인 표현이 생산적 논의 대신 갈등만 심화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연세대 경영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이모씨(20·여)는 "사안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섣부르게 멸칭을 쓰는 거라 생각한다"며 "뒤에 붙은 '맘' 접미사도 여성혐오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무엇보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고 하마스를 지지하는 거랑 동일하게 볼 수는 없는데 비약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연세대 행정학과 4학년인 현모씨(23·남)는 "혐오까진 아니고 가벼운 호칭일 수도 있지 않냐"며 "이번 분쟁이 화두가 된 건 하마스 공습 때문인데 해당 용어가 시의성이 아예 없다고 보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를 놓고 전문가들은 공론의 장이 사라진 탓에 이 같은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해당 표현을 혐오 표현으로 규정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맘충'에서 따온 적대적 감정을 표현하는 용어로 보인다"며 "국내 사회 이슈 뿐만 아니라 국제 이슈에서도 양극화된 주장, 한 쪽 집단을 매도 하는 모습이 나타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포털 등 플랫폼에서도 토론 공간이 사라지고 커뮤니티 등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만 모여 자기 입장을 강화하는 공간만 남은 점도 이런 문제가 만들어진 배경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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