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관승의 리더의 소통] 손흥민 부활시킨 '안지볼' 성공 비밀 다섯가지
선수들 믿고 과감한 축구 주문
두려움 깨지 않으면 혁신 못해
요즘 '안지볼(Angeball)'이 화제다. 손흥민이 소속된 토트넘 홋스퍼 감독 안지 포스테코글루의 새로운 축구와 혁신을 말한다. 토트넘은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현재 당당히 1위, 초반 8경기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는 등 63년 만에 클럽 기록을 경신했다. 호주와 일본, 스코틀랜드에서 성공했지만, 개막 전까지만 해도 이름도 생소한 '듣보잡' 감독이라는 놀림을 받았다. 시즌 중 가장 먼저 해고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왔던 터라 놀라운 반전이 아닐 수 없다.
안지볼의 혁신 포인트는 무엇일까? 먼저, 과감한 인재 발굴이다. 감독 취임 후 첫 결정은 손흥민에게 주장 완장을 채워준 것이다. 그동안 영국인 혹은 백인이 주로 담당하던 캡틴에 동양인을 발탁한 파격 인사였다. 손흥민의 뛰어난 소통 능력과 긍정 에너지를 높이 평가한 것이다. 라커룸은 선수들의 공간이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감독은 들어가지 않겠다고 천명함으로써 손흥민에게 임파워먼트, 즉 권한과 책임을 위임했다. 스포츠 전문 미디어 디애슬레틱은 "캡틴 손흥민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재창조한 토트넘의 상징"이라고 극찬했다.
두 번째, 패배감 탈출. 토트넘은 오랫동안 우승과 거리가 멀어 '우리는 안 된다'는 패배 의식이 지배했다. 오죽했으면 팀의 간판 해리 케인마저 독일로 떠났을까? 미국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의 이론을 빌리면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이고 조직 변화에 가장 큰 적이다. 잠재력을 일깨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야말로 리더의 역할이다. 이전 감독 밑에서 중용되지 못하거나 덜 알려진 젊은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주전이라도 부상 우려가 있으면 교체함으로써 일회용 소모품이 아니고 돌봄을 받는 소중한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셋째,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와 일관성이다. 토트넘의 대니얼 레비 회장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장점으로 정직함을 꼽았다. 이곳에서 한 말과 다른 곳에서 한 말이 다르지 않으며 언행일치한다고 했다. 신임 감독은 언론과 인터뷰할 때 전임 감독을 비난하는 말을 삼갔다. 선수들과 회의도 주 4회 이하로 줄이고, 회의 시간도 15~20분 정도로 핵심만 점검했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 체제에서 보통 일주일에 6일, 한 시간 이상 진행하던 것과 대비됐다. 그 대신 개인별 면담을 통해 약점을 보완하도록 코칭했다.
넷째, 업(業)의 본질을 아는 리더. 토트넘은 그동안 수비와 역습 위주의 재미없는 축구를 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신임 감독은 선수들에게 볼을 빼앗기거나 실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전진할 것과 책임은 자신이 진다고 강조했다. 먼저 실점하고도 곧 만회하는 경기가 많아지고 심지어 한 명이 퇴장당해 10명이 뛰면서도 승리를 거둘 정도로 회복력이 생겼다. 성적뿐 아니라 박진감 넘치는 공격축구, 팬들이 바라는 미래 지향 축구다. 손흥민을 윙어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과감히 역할을 변경했다. 전성기가 지났다는 '에이징 커브' 우려를 씻고 손흥민도 제2의 르네상스를 누리고 있으니 그야말로 윈윈 전략이다.
다섯째, 공포와 맞서는 힘. 그는 그리스에서 태어난 뒤 호주로 이민을 떠난 축구 변방 출신이다. 이번 시즌 영국에서 뛰고 있는 선수는 모두 65개국 출신, 살아남기 위해 경쟁이 치열하다. 아직은 시즌 초반이고 최종 순위는 알 수 없다. 프로 감독은 성적에 따라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공포 때문에 자기만의 축구 철학을 관철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그는 말한다. "두려울수록 자신의 축구 철학을 과감히 밀고 나가야 한다."
누구나 미래는 두렵다. 위기 상황 속에서도 희망과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사람이 진짜 리더다. 두려움에서 혁신은 싹트는 법이니까. 모험심 없이 새로운 것은 절대 탄생하지 않는다.
[손관승 리더십과 자기계발 전문 작가 ceonoma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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