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물쩍 넘어가면 안돼”…수도권 중심 ‘與 인적 쇄신론’ 봇물

조권형 기자 2023. 10. 1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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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위원회 같은 기구 출범만으로 어물쩍 넘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당이 수도권 중심으로 변화하고 환골탈태해야 한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13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뒤 당 쇄신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1대1 면담 자리에서는 수도권 출신 일부 3040세대 청년 최고위원들로부터 이같은 취지로 강력한 인적 쇄신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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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2023.10.12/뉴스1 ⓒ News1
“혁신위원회 같은 기구 출범만으로 어물쩍 넘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이 수도권 중심으로 변화하고 환골탈태해야 한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13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뒤 당 쇄신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1대1 면담 자리에서는 수도권 출신 일부 3040세대 청년 최고위원들로부터 이같은 취지로 강력한 인적 쇄신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상보다 강경한 당내 반발에 당초 이날 오전 예정돼 있던 혁신위원회와 인재영입위원회 발족 등을 일괄 취소한 김 대표는 주말 동안 당 쇄신안을 놓고 장고(長考)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도부에서도 ‘영남권 중심의 지도부 선거 전략에 문제가 있었다’는 당내 지적에 본격 반발하는 등 내홍이 심화하고 있어 김 대표가 어떤 수준의 결단을 내릴 지 주목된다.

●청년 지도부 인사들 “더 강도 높은 쇄신” 요구

국민의힘 장예찬 김병민 최고위원 등 3040세대 지도부 인사들은 전날 ‘임명직 지도부 전원 사의’를 요구한 데 이어 이날도 인적 쇄신을 포함한 고강도 쇄신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최고위원은 이날 면담에 앞서 통화에서 “쇄신에 대한 이야기를 더 강도 높게 하려 한다”고 했다.

실제 장 최고위원은 면담 뒤 기자들과 만나 “적당히 넘어가려는 면피성 대책이 아니라 누가 봐도 ‘정말 지도부가 어려운 결단을 내리고 함께 책임지려 하는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수준의 고강도 쇄신 의지를 드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김 최고위원도 면담 후 “수도권 민심과 정서, 국민의힘을 바라보는 현 상황에 대해 그대로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들의 요구에 김 대표도 전날보다는 엄중한 상황 인식을 내비치며 쇄신 의지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비공개 최고위에서도 일부 최고위원과 당직자가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임명직 당직자 사퇴를 제안했지만 김 대표가 이를 일축한 바 있다.

다만 지도부 내에선 ‘전략 실패’ 등 지도부를 겨냥한 책임론에 반발하는 모습도 나왔다. 지명직 최고위원인 강대식 의원은 ‘영남권 중심의 선거 전략 문제’가 패배 탓으로 거론되는 데에 “그 전에는 그런 말을 안하다가 보궐선거 (패배) 이후에 그런 이야기가 불거진 것은 좀 그렇지 않느냐”고 날을 세웠다.

● 원내외에서도 “책임지는 사람 나와야”

원내외에서도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터지듯 이어졌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당력을 총동원한 총선 바로미터 선거에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 내년 총선은 암담하다”고 했다. 친이준석계 원외 인사인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김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도부가 2선으로 물러나는 것만큼 직관적으로 책임과 쇄신을 보여주는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 초선 의원도 동아일보 통화에서 “구청장 선거에 당을 총출동시킨 결정을 한 데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곯은 상처를 더 놔두고 그냥 가면 더 크게 곪아 터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도부가 아예 당 쇄신부터 총선 관리까지 손을 떼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나왔다.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당 대표는 지금 상황에서 메신저로서의 신뢰를 상당 부분 잃었다”며 “앞으로의 쇄신책, 총선 기획 이런 것들은 기존 지도부의 영향력을 상당 부분 분리, 배제하고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어제 속전속결로 임명직 당직자들이 사퇴서를 제출하고 재신임을 받았어야 하는데 기회를 놓쳤다”며 “이제 웬만한 쇄신책으로는 만족을 못할 것”이라고 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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